몇날 며칠 증세 완화 이외엔 변변한 치료랄 것도 못 받은 채 검사만 계속되고 격해지는 통증에 시달리던 그는 더이상 살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가 원했든 미리 결정을 했든 관계치 않고 연명치료를 했으면 그는 어느 정도까지 오래 살았을까? 신변을 최소한이라도 스스로 챙기며 아직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을까?
남편 휴가에 맞춰 모든 일정을 조정하고 딴 때보다 길게 그의 마지막 보금자리에 머무르며 낮엔 밀린 일을 하고 밤엔 선선한 바람이 온 집안에 흐르도록 두고 음악을 틀어놓고 가족들과 두런두런 시간을 넘나들며 얘기를 나누다가.
지병이 있는 노인 둘이 교통 안 좋은 시골서 살기가 썩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명확히 확인했으니 아마도 이 집을 미련 없이 정리하고 지금 아부지가 계시는 동네쯤에 거처를 마련해놓고 지내지 않았을까. 장례를 치르고 매우 빠른 속도로 이 집에서 떠나버린 아부지와 비슷한 선택을 하셨지 싶다.
여기저기 아픈 데는 많았지만 이 세상이 너무 좋고 새롭게 알게 되는 게 생길 때마다
"이 좋은 세상“
을 연발하던 그가 아직 세상에 계셨다면 전염병이 사라지지 않는 이 시기를 어찌 겪으며 넘어갔을까?
가시기 전 해든가 사촌이 마련해서 처음으로 자매들과 기차여행을 다녀오고 참 좋아하셨댔지. 그 일 이후 동생이 셋이 모녀여행을 다녀오자 해서, 이미 건강이 안 좋아 시름시름하던 엄마 상태가 나아지면 꼭 그리 하자 했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