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00일의 기록 25

by 포근한 바람

"감자 달인 물"

"감자물?"

"할머니, 하면 떠오르는 거야. 엄마 생각 안 나? 나 어릴 때 피곤하면 눈 밑에 다크서클 생겼잖아. 그거 없앤다고 할머니집에 갈 때마다 할머니가 감자물이라고 주셨는데. 밍밍한 그 맛이 아직도 생각나."

지금보다 피부가 더 하얘서 그랬던지, 아닌 게 아니라 어릴 때 딸은 조금만 피곤하다 싶으면 눈시울에 짙은 푸른 빛이 감돌곤 했다. 물놀이를 하다 보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입술이 파래지기도 했고.


평균적인 한국인보다 하얀 편에 속하는 아빠와 평범한 피부색의 엄마를 딱 반반 닮은 딸은 엄마 쪽 식구보다는 하얀 편이고 아빠 쪽 식구들 하고 있으면 별로 하얗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아이 때보다 피부색이 짙어진 건지 요즘은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겨도 그렇게 진하진 않은 편이다.


아이가 어릴 때 2주마다 주말이 되면 지방에 공부하러 다닐 일이 있었다. 첫 학기에는 친정에 아이를 맡길 수 있었는데 아마 그때 그가 딸에게 감자 삶은 물을 먹이곤 했는가 보다. 감자물에 대해 별다른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마도 그의 단독 처방이어서이지 싶으면서, 한편으론 결혼하자마자

"아이 낳아도 절대 안 봐준다."

고, 부탁할 생각도 안 하는 중에 선언부터 하던 모습과, 남동생이 낳은 아이들은 그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기꺼이 성의를 다해 돌봐주던 시간들이 강렬히 남아 저 '감자물'은 더더욱 기억 저 멀리 사라진 것인가 짚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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