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건만 간단히!
그와의 전화통화는 늘 그랬다. 짧은 안부 묻기, 용건 말하기, 그리고는 이쪽에서 서운한 맘이 들 정도로 툭 끊기. 아직 내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저쪽에서 먼저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가 꽤 자주 있었다.
그가 그랬듯 나도 전화통화든 짧은 만남이든 안부인사와 마무리 인사가 늘 어색하곤 했다. 해야 할 말 앞뒤에 좀더 친근한 뭔가를 표현하면 좋을 텐데 그 말이 잘 생각이 나지도 않거니와 입 밖으로 제대로 나오는 일도 드물었다. 내가 그러면서도 어쩌면 그 역시 길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다정하고 살갑게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때문에 볼 일만 마치고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해서.
나의 아이를 키우며 예쁘다 멋지다 사랑스럽단 말을 수도 없이 하면서 타인에게도 어느 정도의 인사치레를 하는 게 자연스러워지고 상대의 마음을 짚어 말할 줄도 알게 되었으나 그와의 대화나 통화는 꽤 오래 서로 용건만 간단히 하곤 했다.
그렇다고 모녀지간의 대화가 늘 용무 위주로만 흘러간 것은 아니어서 때때로 서로의 속내를 말하기도 하고 힘든 일에 대한 하소연을 꽤 길게 자주 듣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전화 통화에 관한한 늘 무언가 미진하고 허한 구석이 있는 느낌을 받곤 하여서. 다른 사람하고보다 특히 딸과 통화를 할 땐 언제나, 먼저 끊으라 이야기를 하게 되었으니.
지금도 이따금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딸과 전화통화를 하게 되면 서로 먼저 끊으라 하다가 결국 딸이 먼저 끊도록 한다. 그와 통화한 뒤에 늘 찾아오던 그 서운함과 허전함을 내 딸은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