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00일의 기록 36

by 포근한 바람

양의학을 공부했거나 신봉하는 사람들은 질색팔색을 하는 듯 하지만 나는 뜸, 침, 사혈, 한약이 양방치료만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릴 때 오래 앓았던 축농증을 양방으로 치료하다 하다 안 되어 그가 나를 데리고 친정 부근의 한참 시골에 있던 한약방에 가서 진맥하고 지어먹은 한약으로 축농증이 완치된 게 결정적이었다. 나처럼 축농증로 오래 고생한 막내 동생은 그 한약방 주인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같은 약을 못 지어먹고 축농증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유명한 병원에서 수술까지 했지만 결국 재발해서 성인이 된 이후까지 내내 고생 중이다 보니 양의들이 뭐라 하건 한방치료에 대해 어느 정도의 신뢰를 갖고 있다.


한창 몸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 때는 단연 임신했을 때였다. 몸 자체가 내 의지랑 관계없이 변화하는 데다 아이가 태어나면 좀 더 잘 보살펴야 했으니 소아과 의사가 낸 책과 자연의학 지식이 담긴 책, 한의학에서 말하는 몸에 대해 찾아보고 강의를 듣기도 했다. 임산부의 몸에 대해 공부하며 임산부용으로 개발된 체조나 요가, 명상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공부하며 배운 것 중에 침은 대략 어느 지점에 어떻게 놓는다고 아는 정도에 그치고 사혈과 뜸은 아토피로 고생하는 남편에게 이따금 해주곤 했다. 딸은 사혈침을 무서워해서 마른 부항만 이따금 해주곤 했다. 사혈을 거의 만병통치술처럼 말하는 이들의 얘기를 다 믿지는 않았지만 때로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처치 후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가족에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기고 있다.


일찌감치 발병한 지병이 있던 그에게도 부항기를 사용한 사혈을 몇 차례 해준 적이 있다. 나는 지방에 살고 그는 수도권에 살 때 면허 딴 지 얼마 안 되어 고속도로를 달려본 적도 없는데 부항기를 싣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친정으로 달려가 그에게 사혈을 해주곤 했다. 사혈이 뭔가 대단한 효과가 있기를 기대했다기보다 그의 몸을 마사지하듯 살펴주는 과정 자체가 그에게 좋은 영향을 주리라는 생각도 있었다.


얼마나 오래 친정을 오가며 사혈을 해주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한참 그렇게 다니다가 시간 내기가 어려워진 이후에는 아주 드물게 그가 사혈받고 싶다 할 때만 해주곤 했다. 그리고 그는 나를 보면 이따금

“그때 네가 사혈을 해주고 나면 그렇게 시원하고 가뿐할 수가 없었다”

고 말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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