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00일의 기록 47

by 포근한 바람

누군가의 인터뷰였던지, 어떤 르뽀 기사였던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성장기 내내 아부지의 딸이었다가, 대학 다닐 때쯤에는 아부지의 딸에서 그의 딸로 돌아서서, 그렇게 부부생활이 힘들면 차라리 이혼을 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며 그의 편에 확실히 서있던 때라 더 그랬을 수 있겠는데 그와의 역사에서 사이가 꽤 괜찮았던 시기에.


아마 사회평론 아니면 말지였을 것으로 기억하는데 여하튼 그 잡지의 기사들은 대체로 꽤 길었다. 그 기나긴 기사 중에 한 편을 그에게 열심히 읽어주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아, 내가 엄마와 그런 시간을 가지기도 했었지.


기사 내용에 대해서는 그런가부다 하던 그가 다 읽고 나자 나에게

"아나운서 해도 되겠다, 참 잘 읽네, 귀에 쏙쏙 들어와."

라고 말했던가. 자라는 동안 내내 큰 딸에게 직접 칭찬이란 걸 거의 하지 않았던 그는 이웃에게는 나를 꽤 자랑스러워하는 딸로 삼았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래서 그의 이 칭찬이 꽤 마음에 남았을 터인데,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칭찬보다는 지적을 많이 받은 편이라 생각했는데 그는 내가 자라는 동안 내게는

“공부하라 잔소리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고 말하곤 했고 나도 학업과 관련해서는 부모에게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말을 들어본 기억은 없다. 잔소리도 칭찬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기에는 또 딸답지 못하고 여자답지 못하다고 야단을 맞은 적은 제법 있다 보니 그의 부정적인 평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발달시킨 능력이 가족을 포함한 누구의 평가에도 쉽게 휘둘리지 않는 나만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날의, 흔치 않았던 그의 칭찬이 그리 크게 와닿지 않은 채 기억 저 안쪽에 자리잡았다가 그야말로 문득 그린 듯이 한 장면으로 떠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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