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의 철학자'의 후회와 반성

by 논스키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하는 소식.

초등학생들의 어처구니없는 행태.

선생님들에게 쌍욕을 날리고, 친구들에게 잔인한 행동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뉴스.

혀를 끌끌 차면서 "요즘 애들은..."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이 그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버릇없고. 이기주의적이며. 매우 감정적인 그런 미성숙한 개체.


몇 년 전이었다.


6학년 담임이었다.

체육전담 시간에 아이들을 강당으로 보내고 다음 수업 시간 자료를 뒤적이고 있었다.

교실 전화가 울리고 수화기 너머로 친한 행님. 체육전담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000 선생님~!" 애들이 옆에 있나 보다. 존칭을 쓰시네.

"무슨 일이심까? 행님~~~~!"

"그 반에 진우(가명)가 저한테 욕을 했어요. 제가 지금 지도를 했는데 태도가 너무 불량하네요. 학생을 데려가셔서 지도 부탁드립니다. 다른 학생들하고 수업을 해야 해서요."

"알겠슴다. 행님. 지금 내려갈게요."

후다닥 2층 강당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진우?'

교실에서 나랑 장난도 많이 치고, 축구도 좋아하는. 그 진우?

강당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모든 아이들이 나를 쳐다본다. 진우도 마찬가지다.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하고, 고개를 상하 45도 각도로 불량스럽게 내리 저으며 나를 맞이한다.

"가자. 따라와라" "선생님 죄송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곤 진우를 데리고 빠져나왔다.

진우를 데리고 아무도 없는 교실로 올라왔다.

눈이 마주치고...

'이걸 확...마...' 천둥소리로 제압하려다가...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잠시 내버려 두었다.

적막한 정적이 흐른다.

20분 정도가 지난 후 강당에서 아이들이 돌아왔다.

눈치를 슬금슬금 본다.

'하...나도 이럴 땐 우째야 할지 모르겠다.' 무표정하게 pc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머릿속으로 각종 경우의 수가 난무하다.

수업 종이 울리고 다시 수업을 시작한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진우의 고개는 점점 떨어진다. 내버려 둔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눈치를 보다가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상시와 같은 컨디션으로 돌아온다. 진우 혼자 심연에 빠진 것처럼 보이고. 나 혼자 외로운 섬처럼 사유의 늪에 빠진 것 같다.

아이들이 하교할 때 부른다.

"진우! 넌 잠깐 남고"

아이들의 눈이 공포와 호기심으로 뒤섞이고 교실 안에서 모든 동작이 멈춘다. 약 2초의 정적이 흐른 후 다시 청소를 서둘러하고 아이들이 서둘러 하교하기 시작한다.

둘만 남게 되었다.


"왜 그랬니?"

"......."

잠시 기다린다. 이야기할 때까지.

"말하기 싫으니?"

고개를 가로젓는다.

"말할 거니?"

"...."고개를 끄덕인다.


말로 하라고!라고 크게 소리치고 펀치를 한 대 날리고 싶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뉴스에 미친 선생으로 언급되기 싫으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필드 하키하는데 상대팀 00 이가 반칙했는데..." 울기 시작한다. "제가 반칙이라고 했는데 선생님이 아니라잖아요."

"그래서?"

"제가 진짜라고 말씀드렸는데.... 흑흑.... 저보고 태도가 그게 뭐냐면서..."

"그래서 ㅆㅂ이라고 했니?"

"네...."

"기분은 좋아졌니?"

"아니요..." 더 크게 운다.

"우짤래?"

잠시 고민하더니 "잘못했다고 말씀드릴게요"

"지금 갈까?"

"네"

"혼자 갈래? 아님 내가 같이 갈까? 같이 체육샘 교실 앞까지 가서 너 혼자 이야기할래?"

"네"

"가자"

아무 말 없이 2층 체육전담실로 간다. 가는 도중에 갑자기 아이가 이야기한다.

"선생님 죄송해요"

"괜찮다. 사과하고, 체육선생님이 용서해 주시면 괜찮다."

체육전담실 앞에 도착하고. 아이는 혼자 교실로 들어가 무어라 무어라 이야기한다.

체육선생님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아이는 울면서 나온다.

"이제 집에 가라."


아이의 사과와 용서는 빠르다. 학교에서 지도해 보면 대부분 하교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잘못도 많이 하지만 사과도 빠르다.

우리 어른들은 어떤가?

솔직히 말하자면.... 잘못의 횟수는 아이때와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강도와 크기는 아이때와 비할바가 아니다. 그리고 사과의 횟수와 빠르기도 점점 적어지고 늦어진다.

자존심에 기대고, 법적 해결을 맹신하고,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버티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우리도 언젠가는 아이였는데. 그것을 잊어버리고 산다.

아이들의 사과는 진심이고 빠르다. 99% 이상의 아이들이 그렇다.

하지만 tv에 나오는 극히 소수의 아이들의 사건을 보고 우리들은 아이들을 폄하한다.


아이들은 본능의 철학자들이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알고, 사과의 필요성을 깨닫고 실천한다.


나도 나이가 먹어 딸이 고2가 되었다.

그 아이는 교대를 준비한다.

딱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 기억이 없는데... 뭐가 보기가 좋았을까? 아무튼 그렇다.

주변에 몇몇 사람들은 만류한다. 뭐 하러 그 힘든 것을 하냐고.

민원도 장난 아니고. 애들은 점점 못되어지는데


민원은 관리자의 몫이고.

애들은 인류 발생 이후로 언제나 못된 존재라고 일컫어졌다.


난 딸아이의 꿈이 흐뭇하다.

그리고 나와 같이 수많은 본능의 철학자를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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