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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머리앤 Apr 08. 2024

내가 프라다 사줄게

- 카드 한도 초과입니다.

"오빠가 명품 하나 사줄 테니깐 하나 골라봐."

"난 그런 거 필요 없어. 잘 들고 다니지도 않아."

"그래도 하나 사. 어디로 구경 가볼까?

프라다 가볼까?"


결혼 준비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예산이 많이 빠듯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명품이 별로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시어머님께서 서방님이 결혼할 때

이용했던 한복집이 있다고 하시면서

거기에서 한복을 맞추라고 하셨습니다.

남자친구의 남동생이 몇 년 전에 먼저 결혼을 했었거든요.

한복집은 을지로 쪽이었던 것 같아요.


한복을 굳이 안 맞춰도 될 것 같았지만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맞췄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롯데백화점에 갔습니다.

남편이 자꾸 제 명품 가방을 사자고 해서요.


사실 그전에 명품관에 들른 적이 딱 한 번 있었어요.

퇴근 후, 남자친구와 코엑스에서 만났습니다.

마침 제가 그날따라 옷차림이 좀 허름했어요.

체육 행사가 있었거든요.


코엑스 현대백화점 1층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루이뷔통 가보자."

남자친구가 말했어요.

"안 살 건데 거길 왜 가."

"그래도 가보자."

"....."


그래서 들어갔어요.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남자친구와 저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라고요.

직원이 인사도 안 하고 다른 데로 가버렸습니다.


'저럴 수가 있나......'


너무 기분이 나빴습니다.

백화점 1층 정문을 나가면서 남자친구에게 말했어요.

"아니 어떻게 저렇게 불친절할 수 있어? 너무 기분 나빠."

"괜찮아. 부자를 못 알아봐서 그래.

여긴 나중에 오지 말자. 다른 데에서 사줄게."


이렇게 첫 명품 구경은 허탈하게 끝났습니다.


그런데 또 명품관에 가자는 남자친구를 보니 사실 가기 싫은 마음이 더 컸어요.


"그럼 면세점에 가서 구경이라도 해 봐."

그게 남자친구와 저의 두 번째 명품 구경이었던 것 같아요.


대부분 젊은 남녀 커플이 많았습니다.

고객 한 팀당 거의 한 명의 직원이 붙어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물건을 이렇게 고르더군요.

"오빠 저거."

"그래."


몇 백만원짜리 가방을 사는 커플들은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습니다.

명품 가방을 고르는 속도가 제가 마트에서 무의식적으로 아몬드 빼빼로를 고를 때의 속도예요.


그리고는 결제하는 곳에 가서 남자가 카드를 내밀고, 커플들은 빠르게 빠져나갔습니다.


오.

신세계다.


"이거 어때?"

"응?"


직원분께서 가방을 내려주셨고 어깨에 걸쳐 보았습니다.

"이거 예쁘네. 이거 사자.

결혼선물로 하나 사줄게."

"어머 고객님 결혼하세요~ 이거 요새 예물로 많이 하세요."


어쩌다 보니 명품 가방을 하나 사게 되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고객님 죄송하지만, 카드 한도 초과라고 나오는데요."

다른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고객님, 이것도 한도 초과래요."


너무 민망해서 얼굴이 발개졌어요.

그래서 제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고객님, 죄송하지만 이것도 한도 초과라고 뜨는데요."


한도초과라는 말을 처음 들어봐서 적잖이 당황했어요.

'이상하다 왜 한도 초과지? 이 카드는 이번달에 쓴 적이 없는데....'


며칠 전에 냉장고를 신용카드로 샀어요.

'몇 백만 원이었던 것 같은데 그거 때문인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결혼준비로 많이 쓴 지난달 카드대금이 아직 안 빠져나간 상태였고 

이번달 가전제품을 산 금액이 합쳐져서 한도가 넘었나 봐요.


이전에 카드사에서 가끔 연락이 오긴 했어요.

한도를 늘려준다고요.

그렇지만 늘 괜찮다고 했습니다. 

한도가 늘어날 만큼 쓸 일이 없으니까요.

계속 없을 줄 알았죠. 

이럴 줄 알았나요.ㅠㅠ


제가 국민카드를 몇 장 가지고 있었는데 한 개가 한도가 초과되니 줄줄이 카드 한도 초과라도 뜨더라고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같은 카드사일 경우 각각의 카드를 모두 합쳐서 한도를 정한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당장 당황스러운 지금의 이 상황을 수습해야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다음에 살게요."

하고 나왔으면 되는 건데요.

그때는 너무 당황해서 얼른 결제를 하고 나오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저와 남자친구의 각자 가지고 있는 카드를 꺼내서

30만 원, 50만 원, 80만 원 이런 식으로 꽤 여러 번을 나누어서 결제를 했습니다.


휴. 명품 한 개 사기 참 힘들다.


뒷이야기

해외여행 경험이 몇 번 있긴 했지만 면세점을 거의 이용해 본 적이 없는 제가 

출국 전에 면세점에서 산 물품들을 받으러 갔습니다. 

물건을 받으려는데 직원분께서 면세한도가 초과되었다고 하시네요. 

가방을 사기도 했고 가족들 선물을 드린다고 이것저것 사다 보니 초과되었나 봐요.


"오빠 우리 어떻게 해?"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세관신고 종이를 보면서 엄청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연히 신고서를 썼죠. 그래도 마음이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입국하는 길에 세관원이 나와있었습니다.

세관원은 비행기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얼굴만 보고 왼쪽으로 갈지 그냥 나갈지 안내하더라고요.


오...

무서운 세상이다...

앞에서 대여섯 명이 왼쪽 샛길로 빠지더군요.

저희도 그쪽으로 가래요.


네, 걸렸습니다.

이게 막상 걸리니깐 진짜 식은땀이 나더라고요.

기내에서 종이에 적을 때와 또 다른 기분입니다.


앞사람이 계속 항의를 하느라 시간을 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때 뭐를 했냐고요?

얼른 짐에서 가방을 빼들고 기내에서 적은 종이와 함께 바로 보여드렸습니다.


몇십만 원 더 내라고 했던 것 같아요.


주변에 세관원에 걸린 사람은 저희뿐이라

진짜 듣도보도 못한 경험을 저희가 해냈습니다....


"오빠, 이렇게 마음고생하고 돈 내고 이럴 거였으면 그냥 대접받으면서 백화점에서 살 걸 그랬다. "

"그러게..."


* 면세 한도: 저희가 결혼할 때만 해도 면세한도가 600달러 이내였는데 2022년부터 해외 취득 합계액(국내외 면세점 포함) 800달러 이내로 변경되었습니다. 


기본면세 범위   해외(국내외면세점 포함) 취득합계액 미화 800달러 이내

주류                2병(2L 이하로 미화 400달러 이하)

담배               200개비(만 19세 이하는 주류 및 담배 면세 없음)

향수               100ml 이하(기존 60ml에서 2024년부터 상향)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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