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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머리앤 Apr 15. 2024

밥솥도 두 개, 청소기도 두 개...

- 이거 언제 다 치우나요.

"딱 이 금액만 됩니까? 좀 더 높은 금액은 안될까요?"

"네, 저희가 가진 돈이 그 정도라서요."


결혼 전 신혼집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좀 더 윤택하게 살겠다고 대출을 받고 집을 구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빌라를 알아봤습니다.

제 직장 근처로 알아봤었는데 

낡지만 조금 넓은 빌라와 

깨끗하지만 좁은 빌라 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깨끗하지만 좁은 빌라를 선택했습니다.

깨끗한 것도 마음에 들었고

남자친구가 출퇴근을 하려면 지하철역과 가까워야 했거든요.


사실 집을 계약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저는 전세를 살고 있었고 남자친구는 반전세를 살고 있었습니다.

둘 다 집을 빼서 그 돈으로 집을 구하는 거라 제 집, 남자친구집, 신혼집 삼박자가

딱딱 맞아야 했습니다.


남자친구가 먼저 그 집으로 이사를 했고 저는 결혼식 며칠 전에 짐만 옮겨놨습니다.

그리고 저는 결혼 전날에도 원래 저희 집에서 잠을 잤습니다.


그래서 신혼여행을 다녀온 날부터

맞닥뜨리게 될 짐정리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남편은 일이 워낙 바빠서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거나 아주 늦게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짐정리는 오롯이 제 몫이었습니다.

사실 남자친구는 이사를 먼저 했지만 잠만 자고 있었고 

짐은 거의 풀지도 않고 생활했더군요.


짐정리가 정말 골치가 아팠던 게

저도 자취를 했고 남편도 자취를 했던 터라

하나만 있어도 될 물건이 꼭 두 개 이상 있었던 거였어요.


밥솥 두 개

청소기 두 개

드라이기 두 개

빗자루 두 개

수저 한뭉텅이

접시 한가득..


이걸 다 버리리가 참 애매해서

정리를 할 때마다 양가 부모님께 혹시 필요하시냐고 여쭤보면서 

드릴 건 드리고 해서 정리를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가까스로 신혼집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제가 추위를 많이 타기도 하는데 집이 너무 추운 거예요.

그래서 난방을 엄청 돌렸던 것 같아요.

그래도 별로 따뜻하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그 이유를 알아요.

그 집이 필로티가 있는 바로 윗집이었거든요.

밑에 막아주는 게 없으니 엄청 추웠던 거죠. )


가스비가 꽤 많이 나왔습니다.

신혼집은 전용면적이 9평이고 공용면적이 11평 안 되는 10평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가스비가 20만 원 가까이 나왔었던 것 같아요.

가스비가 나올 즈음

남편 카드값과 제 카드값이 나왔습니다.

제 카드값은 냉장고를 무이자할부로 사서 조금 많이 나올 걸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남편 카드값은 진짜 의외였습니다.

남편에게 물어봤어요.


"여보, 카드값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

"어? 나 결혼 준비를 카드로 했는데."

"......"


남편과 제 월급을 합친 것보다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결혼식에서 받은 축의금과 월급을 합쳐서 간신히 그 달 카드값을 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달이었어요.

아직 다 내지 못한 카드값을 어떻게 메꿀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게다가 반년 정도 지나면 남편의 소득이 일시적으로 없을 예정이었거든요.


하.....

이제부터 생존을 위해서 아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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