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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머리앤 Apr 29. 2024

뭐든 처음은 설렌다던데

- 다 그렇건 아닌가 봐요.

"어? 500만 원?"

"이거 엄청 싼 거야.

선배님께서 거래하는 중고차 딜러가 있는데 

선배님이 그 딜러에게 받기로 한 금액만 받겠데."

".........."


새 차 가격이 얼마인지 몰랐습니다.

중고차 가격은 더더구나 몰랐어요.


그런데 남편이 자꾸 차를 사야 한데요.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서울에서 

지하철 타고 다니면 될 일을 

없는 살림에 왜 차를 산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어요.


제가 대학생 때 별도의 상담 수업 같은 걸 들었거든요.

학점에 반영이 안 되는, 

말 그대로 특별프로그램이었어요.

하루는 강사님께서 답이 있을까 싶은 문제를 내시더니 

학생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정답을 생각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정답이 있을까 싶은 문제였지만 학생들끼리 열심히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저는 정답을 맞히는 게 중요한 일인 줄 알았어요.

알고 봤더니,

강사님께서는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의사소통 성향을 분석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참여자 여럿이서 의견을 교환하고 답을 정하는 과정을 지켜보시던

선생님께서 저보고 이러시더군요.

"정답에 근접하게 말을 했는데

다른 사람이 자기주장을 하니깐 그냥 수긍을 하고 생각을 접더라고요.

아마 평소에 그런 성향일 것 같아요."


남편이 자꾸 자기 생각을 얘기하면...

전 그냥 말수가 적어져요.

그리고 한숨 한 번 쉬고 따라줍니다.


결. 국.

를 

다.


"저... 대출을 좀 받을까 해서 왔는데요."

고민 끝에 집 근처에 있는 은행을 찾아갔습니다.

"어떤 대출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네?!"

"대출에도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여러 가지가 있거든요.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500만 원이요."


저는 대출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황했어요. 

어떤 대출을 받아야 하는지 몰랐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500만 원이 없었을까 싶은데

그땐 그랬어요. 


결국 제 이름으로 신용대출을 500만 원을 받아서 차를 샀습니다.


제 이름으로 신용대출을 받았는데

차는 남편 명의였어요.


통장에 찍혀있는 대출금액을 보니

좀 더 적극적으로 아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식비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는 20대에 먹는 거에 큰 즐거움을 느끼는 타입은 아니었어요.

뭐랄까요. 식사를 하는 목적이 허기를 채우기 위함이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먹는 걸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남편이 바빠서 제가 혼자 있는 날이 많았는데 혼자 있을 때에는 주로 집밥을 먹고

남편이 집에 있는 날에는 밥을 사 먹기로 결정했습니다.

남편은 자꾸 밥을 맛있는 걸 먹고 싶어 했거든요.


옷을 사지 않고 버티기로 했습니다.

먹는 거에 큰 즐거움이 없을 때라 그런지 그 당시에는 의식하지 않아도 몸무게가 유지되는 편이었거든요.

살이 찌면 곧 빠질 일이 있겠구나 했고

살이 빠지면 조만간 원래대로 찌겠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임신을 한 상태였지만 초기였고

품이 좀 큰 옷도 있어서 임신 중반기까지는 가지고 있는 옷으로 가능했던 것 같아요.


가스비, 전기세, 수도세 이런 관리비 중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활용했습니다.

저희 집이 빌라였기 때문에 가스와 수도는 자가검침을 해서 할인을 받았고

자동이체 할인 등 최대한도로 받을 수 있는 할인은 모두 받았습니다.

그리고 에너지를 절감하면 인센티브를 받는 에코마일리지도 가입했습니다.

(제가 가입했을 당시에는 다른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자동차세는 연납제도를 신청했습니다.

연납제도는 1월, 3월, 6월, 9월에 신청가능했습니다.

마침 차를 연초에 샀던 터라 연납신청을 하기에 좋았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찾아서 하나씩 시도해 보니

금방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빚을 갚고 있는데 남편이 말했습니다.

"나 전자피아노 한 대만 살게. 하나 사 자."


여....... 보..........ㅠ



*자동차세 연납제도란?

자동차세 연납제도란 자동차세를 6월과 12월에 2년 내야 하는데

미리 납부할 경우 일정한 금액을 할인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할인율이 10%인 적도 있었는데 

점진적으로 할인율이 줄어들어서 2023년에는 7%, 2024년에는 5%로 낮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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