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우리 팀원들은 내가 좋게 말하면 빨리 할 줄 모른다. 긴장도 줄 겸 소리 지르며 챌린지하는 것이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좋다. 봐봐. 지난번에 웃으며 말한 건 아직 안 끝났는데, 지금 소리 지르니 A건 바로 해결된 것 보라. 내 말이 맞지? 라떼는 팀장이 쌍욕에 조인트도 까고 얼차려도 시켰는데, 나 정도면 젠틀한 거다. 아, 근데 A 우선으로 챙기느라 B 이슈가 터졌다고? 이 새끼들아, 제정신이야?? 왜 당연히 챙겨야 할걸 안 챙겨!!(사자후)
#7. 나는 내 팀원에겐 강하게 챌린지하지만, 타 팀에겐 아주 약하고 부드럽다.아무래도 회사 내 나의 평판이 중요하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이 분위기 조성에도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선임, 지난번에 말한 X팀과 업무분장 협의 어떻게 됐나?X팀 팀장이 그 업무 못 가져가겠다고 했다고? 왜? 이상하네..너가 다시 한번 X팀에 가서 강하게 말해 봐. 팀장인 내가 한번 말해달라고..? 흠.. 그럼 어쩔 수 없이 박선임 너가 그 업무 맡아야겠네..쩝..
#8. 답은 정해져있으니, 눈치껏 나와 내 윗선 입맛에 맞춰서 보고장표 작성해서 와라. 최 선임, 내년 KPI 목표가 10%라고? 너무 높지 않나? 다시 해와라. (...한참 후...) 내년 목표가 5%라고? 너무 낮지 않나? 다시 해와라(...한참 후...) 그냥 7.5% 로 목표세우고, 산출 로직은 너가 알아서 넣어라. 처음부터 7.5%라고 말해주면 안 됐냐고? 답정너냐고? 에이~ 그건 좀 아니지. 라떼는 10번 빠꾸 먹었어. 넌 겨우 5번 빠꾸 먹었는데 뭘. 이걸 시간낭비라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하게나.
#9. 그걸 개선 계획이라고 가져온 거야?? 너가 제시한 안건은 이래서 별로고, 저래서 별로다. 좀 더 고민해서 가져오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선임, 너가 가져온 장표에는 고민한 흔적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아, 대안이 없는 비판은 비난이라고? 내가 팀 리더지만, 너 담당 업무인데 왜 나한테 묻나?나는 오직 비판과 비난만을 위해 존재한다! 다른 애들은 내가 쥐어짜면 좋은 대안을 어떻게든 가져오던데, 너도 그래야 하지 않겠니?
#10.나는 팀장이니, 내가 하라면 하는 거다. 이 선임, 너가 오늘부터 A 업무를 하도록 해.
제가요?이걸요?왜요?라니? 역시 요즘 엠지들은 시키는 거 빠릿하게 안 하고, 묻고 따지고 든다니깐. 이 업무가 너가 담당하는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고, 내가 논리적으로 너가 왜 해야 하는지 절대 설명하진 못하지만 일단 너가 하도록 해! 내가 하라면 하란 말이다!나는 팀장이니깐!
#11. 팀원들아, 퇴근시간이니 얼른 칼퇴해라! 이런 말도 하는 나는 정말 멋진 팀장이다. 어? 내가 지시한 임원 보고 장표 3개 만드느라 퇴근을 못한다고? 낮에 했으면 됐잖아. 다른 업무 때문에 만들 시간이 없었다고? 보고 좀 줄여달라고? 업무나 좀 줄여주고 이런 말 하라고? 요즘 것들은 일을 요령 없이 한다니깐. 쯧쯧. 라떼는 일없어도 밤 10시 퇴근이었는데, 요즘엔 팀장이 칼퇴하라 해도 저 난리니.. 근데 손 선임..진짜 칼퇴하려는 건 아니지? 어제 칼퇴하던데 요즘 일이 없나 봐?
많은 사람들이 MZ들은 조직의 성공에 관심이 없고, 본인을 희생할 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90년대생인 내가 생각하기엔, 내가 있어야 회사도 있는 법이다. 내가 아프면, 또는 힘들어서 돌연사나 자살로 죽어버리면, 회사가 무슨 소용인가? (실제로 한국은 OECD 자살률 1위 국가이다.)
가정까지 버리고 회사에 충성하던 윗세대들은 은 퇴 후 가족에게 외면받던데..? 노년엔 치킨 튀기던데..? 돌아오는건 없던데? 그런데 내가 왜 회사를 위해 나를 깎아먹으면서까지 희생해야 하는가? 그것도 이 돈 받으면서?
회사에서 죽어라 일해 일해봤자 돌아오는 건 임원들의 높은 성과급과, (어떻게든 덜 주기 위해) 알 수 없는 로직으로 계산된 푼돈의 내 성과급이다.
나는 무엇보다 나의 삶을 존중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선까지만 열심히 회사를 다닐 뿐이다. 멍청하게 내 모든 에너지를 회사에 쏟지 않는다.
선배 세대들을 지켜봤을 때, 그렇게 일해봤자 돌아오는 건 푼돈과 정신과 약, 구조조정, 그리고 노년의 아픈 나일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