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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공포증을 이상한 방법으로 극복했다.

더 이상 바들바들 떨지 않아도 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발표공포증이 있었다. 소문자 e 정도의 꽤 외향적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5인 이상의 사람들 앞에 일어서면 움츠러들었다. 이 떨리고, 목소리도 떨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외웠던 내용들은 새하얘지고 식은땀이 흘렀다.


가끔 있던 발표에서 극복하기 위해 약물의 도움도 받았다. 부정맥과 고혈압 치료에 사용하는 인데놀이라는 인데, 발표 30분 전 먹으니 미친 듯이 쿵쾅거리던 심장이 잔잔하게 뛰 긴장도 안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러나 발표를 할 때마다 약물로 나를 안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언제까지 인데놀을 먹을 순 없지 않은가. 대라 발표가 적기는 해도, 취업 시 수많은 면접들을 통과해야 했는데 그때마다 어떻게 약을 먹어란 말인가! 나의 간은 어쩌고!

 

나는 왜 발표공포증이 있을까? 무엇이 날 두렵게 하는 것인가?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깨달았다. 나는 나만을 쳐다보는 다수의 사람들의 시선을 매우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너무 부담스럽고 싫었다.


이러한 시선에 나는 익숙해져야만 했다. 어떻게 극복을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아주 기발한 생각을 했다.


나는 바로 구글에 "신입사원 단체 사진"을 검색했다. 아래 그림과 같이, 미친 듯이 열정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실제로는 카메라를 바라보는) 다수의 인원이 있었다.


<아래는 신입사원 사진의 예시이다. 바라보는 저 눈빛들이 너무나도 부담스럽지 않은가? 으악!! 발표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이 그림만 봐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

나는 모 기업 신입사원 단체 사진을 재빨리 USB에 담고, 집 근처 현수막 가게에 가서 맞춤 제작을 했다. 맞춤제작 사이즈는 약 2m×2m 정도로, 사진에 나오는 사람이 실제 사람 사이즈와 비슷할 정도로 설정했다.


인쇄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들쳐 매고 집에 와서 벽 한 면에 붙였다. 밥을 먹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도 날 하도 쳐다보고 있어서 신경이 쓰였지만, 저 시선을 나는 견뎌내야 했다. 놀러 온 남친(지금의 남편)도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어찌 됐건 꿋꿋하게 붙여놨다.


발표를 해야 하는 날이 오게 되었다. 나는 발표일 일주일 전부터 피피티를 만들고 스크립트를 만든 후, 저 현수막 앞에서 연습을 했다. 나중엔 저 현수막 인원이 너무나도 친근해져서, 현수막 앞에 구남친(현남편)과 고양이를 나란히 앉혀두고 연습을 했다. 수막 인원에 더해, 생한 두 명의 눈까지 매우 부담스러웠지만 견뎌내기 위해 노력했다.

10번씩 3번 정도를 연습하니 불안감이 가셨다.

10번씩 2번 정도를 연습하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얼른 발표를 하고 싶어졌다. 날 테스트하고 싶어졌다. 날 바라보는 저 눈빛들을 이제는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발표 당일, 나는 60명의 인원 앞에서 발표를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날 바라보는 눈빛들이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고, 나의 말에 경청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조금 긴장했지만, 부정적인 떨림이 아닌 긍정적인 두근거림으로 느껴졌다. 드디어 나는 극복을 한 것이다. 나는 나의 알을 깬 것이다. (참고 : 데미안)


아직도 나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떨린다. 그러나 바들바들 떨었던 만큼은 아니다. 예전이 100이라면 지금은 10 정도, 무난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발표공포증은 괴롭다. 사람을 위축되게 만들고 하고 싶은 말도 참게 만든다.  내가 떠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고 싶어서 더 피하게 된다. 그런 본인의 모습은 나를 더 작아지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든 극복할 수 있다. 와 같은 증상이 있는 분들은 조금 이상하지만 효과 좋았던 이 방법을 사용해 보자. 현수막 인원들에 익숙해지면 남친을 앉혀서 연습해 보자. 남친이 없다면 고양이를, 엄마 아빠를 앉혀서 연습해 보자.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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