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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 Nov 07. 2024

EP080. 헬스장 마지막 날

그리고 요가원 등록

2024.11.01. (금)


 11월이다! 월로만 따지만 8, 9, 10, 11월 벌써 이곳에서의 네 번째의 달을 맞이했다. 금요일 아침에 가장 좋아하는 그룹 수업이 있는데 헬스장이 31일까지 만이라고 하면 어쩌지 걱정하며 왔는데 다행히 금요일까지 인정해 주는 정책이었다. 요즘 그룹 수업을 들으면서 각자 다른 운동을 할 땐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스스로 능력치가 많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특히 상체 운동을 할 때. 혹시 그 10시간의 우천 등산에서 여전히 밝을 수 있던 것은 그들의 체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을까..


 오늘 여러 동작 중 턱걸이가 있었는데 아래 지지 밴드를 껴줬는데도 혼자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다른 여자 학생들이 하는 것을 봤는데 다들 곧잘 해내더라. 나는 팔 굽혀 펴기도 하나 제대로 못하는데! 그래도 오늘도 필라테스까지 이어서 두 시간의 운동으로 털리고 헬스장을 나설 수 있었다. 운동하러 갈 땐 마지막 수업이겠네.. 하고 좀 아쉬웠는데 필라테스 막판까지 가니까 당장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스페인어 수업을 듣기 전에 급하게 과제를 마무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대학 사무실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사실 처음엔 한 명이었는데 내가 못 알아듣고 아..? 하니까 또 영어가 좀 더 편한 사람을 불러오고 또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불러오고 하다 보니 사람이 많아졌다. 요지는 다음 주에 여기 캠퍼스 안에 나비공원에서 행사를 하는데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스페인어 수업 시간이랑 약간 겹칠 것 같아서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올게! 하고 수업시간에 양해를 구하고 다음 주 수업 시간을 미룬 뒤 다음 주에 함께 나비공원에 가기로 했다.


 수업이 끝나고는 어제에 이어 네일숍에 한 번 다시 가야 했다. 네일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지만 아마 아래 젤이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에서 위에 탑코트를 발라서 굳혔는지 엄지 손가락 손톱의 아래가 터져서 탑코트가 벗겨졌다. 다행히 오늘 올 수 있으면 한 번 다시 와달라길래 오후에 들리기로 했다.


 가는 길에 11월 등록을 위해 요가원에 들렀다. 사실 10월 초에도 한 번 와서 상담을 받았는데 그때와 달라진 것이 두 가지 있었다. 1. 10월 초에는 영어로 대화했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짧고 간단한 표현들이었지만 스페인어로 여러 가지를 문의하고 등록할 수 있었다. 2. 한 달 전에는 요가를 하다 보면 머리를 비우고 천천히 자세를 하거나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이 있을 텐데 당시엔 머리에 돌아다니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차라리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한 달 사이에 생각들이 많이 빠져나가서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그리고 회사에서 요가 원데이를 들었다가 받아온 요가 매트가 새로 생겼다는 점도 있다!


 그렇게 요가원을 등록하고 네일숍으로 넘어왔다. 사실 한국이었으면 좀 더 서비스 정신이 깃든 사후서비스를 받았을 텐데,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딱 손톱 갈고 다시 해주고 안녕! 하고 끝이 났다. 그래도 조금 마음에 걸렸던 다른 손톱들까지 전부 다시 리터치를 받을 수 있었다.


 오늘로써 9월, 10월 두 달간 진행했던 스페인어 책 1권이 마무리되어 다음 주 월요일부터 2권을 시작한다. 기념으로 작은 책거리를 하기 위해 카페를 찾았다. 평점이 매우 좋은 카페였는데 아이스 말차 라떼가 아주 맛있다고 했다. 고민 없이 주문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말차 라떼와는 조금 다른 맛이었다. 직접 말차를 이케저케 내려주시는 모습은 인상 깊었지만 말차+우유 느낌이었다. 그래서 코스타리카에 와서 처음으로 혹시 조금만 더 달게 해 줄 수 있는지 요청해서 조금 나아진 음료를 마실 수 있었다. 카페에서 내일 있을 김가네 월간회의 포스터를 만들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땅콩버터와 소고기를 샀다. 한국에 있을 땐 땅콩버터를 전혀 먹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곳에 와서 통밀빵을 구워 땅콩버터를 발라 위에 바나나를 올려먹는 것에 맛을 들여버렸다. 소고기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테스트 겸 하나를 구웠다가 너무너무 질겨서 고생하고 있으니 같은 건물 사람들이 그렇게 먹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해서 어떻게 하라고 했는데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다른 걸 만들어 먹는데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본인이 요리한 걸 그릇 위에 하나씩 얹어줘서 덕분에 질긴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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