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마주하다니

나는 누구인가

by 감자돌이

첫 글을 쓰며


첫 글이지만, 모든 분들께 편안하고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도 편안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약 1년 전쯤, 시간이 날 때마다 고민이 있는 분들의 글에 따뜻한 말을 적어주는 것을 계기로 소소한 하루일기를 가끔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슬픔과 불행을 느끼기보다는, 잠시마나 기운을 낼 수 있는 말을 통해 조금이라도 편안함을 느끼거나 위로받길 바랐습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향기만큼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저의 작은 소망이었습니다. 아무리 작은 양수라도 결국은 양수였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니깐요.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단지 의사 선생님의 추천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많은 서사를 첫 글에 다 담을 순 없겠지만, 괜히 이 글이 독자분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나중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지난 10년간 저는 많은 이들의 어둠을 먹고, 괜찮은 척, 힘들지 않은 척 스스로를 속여왔습니다. 매번 무슨 문제를 마주하게 되면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고 했었습니다. 다들 상황이 힘들었기에 도움을 청하는 게 미안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몸과 마음에 많은 병이 들었고, 저의 심적불안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후에야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뒤늦게 인지하였습니다. 그제야 전 병원을 찾아갔고, 의사 선생님께선 모든 문제를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본인의 감정을 모른 척하지 말고 , 억누르지 말며 받아들이라고, 그리고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힘들면 힘들어하고, 힘들다고 말하고 , 슬프면 눈물을 흘리세요, 그리고 도움을 청하세요, 그동안 많이 힘드셨겠네요."


그동안 이런 말을 많이 들어보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 말이 매우 묘하게 다가왔습니다.

남도 아닌 너무 가까운 지인들이 힘들어하니 당연히 그리고 혹시나 저 한 명쯤은 그들을 감정적으로 이해하고 품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저의 오만이었습니다.


한 번씩 저의 과거를 아는 많지 않은 지인들이 물어보곤 합니다. "그래서 너에게 남은 게 뭐가 있냐고"

그럴 때마다 전 매번 "재미"라고 답합니다. 다양한 걸 경험하고 깨달은 것도 많았으니 앞으로 이 이야기를 독자분들께 풀어갈 예정입니다. 물론 저에게 재미란 일반적인 즐거움이나 흥미를 유발하는 감정이 아니라, 그저 주변 사람들에게 힘듦과 슬픔, 피곤, 여러 가지 좋지 않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애써 괜찮은 척하다 보니 뇌에선 그럴 거면 "즐기자, 즐거운 척"이라는 나름의 방어기제로 느끼는 재미였습니다.


무엇보다 제 자신에게조차도 힘든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누구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강하다고 믿었기에 제가 무너질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무너지고 병을 진단받았을 때도 "내가 그럴 리 없어"라며 현실을 부정하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였습니다. 약속대로 그들을 위해서라면, 제가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이죠. 제가 때때론 바보스럽게 느껴집니다.

근데 뭐 한편으로는 어릴 적부터 별명이 바보였던지라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려니 했거든요.


지금도 아직 극한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긴 하지만 고쳐나가려고 합니다.


아직 본격적인 글도 아닌데 글이 많이 길어져서 걱정이 되지만, 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서랍인 만큼 글의 양에 국한받지 않고 솔직하게 쓰고 싶은 만큼 쓸 예정입니다.


한 문장을 덧붙이자면 살면서 문학적인 책은 거의 한 권도 읽지 않았기에 이 글이 산만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점차 쓰면서 저의 요동치는 마음이 점차 가라앉음과 동시에 글의 산만함과 요동침도 가라앉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글을 마치기 전에, 어떤 글을 작성할지 간단히 적어볼까 합니다.


제 글이 저의 인생을 담았기도 하고, 글을 올림으로써 다시 한번 저의 지인들이 글을 접하게 되거나 읽게 된다면 애써 잊었던 슬픔과 어둠을 다시 상기시켜 줄 수도, 힘들어할 수도 있기에, 조금은 수정을 해서 자전소설을 쓸 생각입니다.


글의 주제는 부제목처럼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초첨을 맞추었습니다.

제가 생각해 본 대략적인 순서는

성장과 교훈: 지난 27년간의 이야기를 하며 통해 얻은 인생의 교훈과 그로 인한 성장 과정.

약속: 소중한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년간 이어온 헌신과 노력.

상실과 치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후, 그리고 10년간의 약속을 지키면서 망가진 자신을 그제야 챙기기로 다짐하며 나아가는 여정.

삶의 철학: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과 철학, 그리고 그것이 인생에 미친 영향.

목적의식: 온전한 나를 되찾고 내가 내 인생의 주체임을 깨닫고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목표와 꿈


글을 마무리하기 전 문득 떠오른 문장을 기반으로 글을 마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모두를 만족시키기보단, 남녀노소 어떤 분이 읽어도 덤덤하게 읽고 하루나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그런 글이 되길 바랍니다.


공감이란 걸 잘 안 해본 제가, 뒤늦게 알았지만 공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인 제가 저의 글을 읽은 분들에게 어찌 감정 공감을 추구하길 원할수 있겠습니까. 그저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들어주시는 것 자체만으로도 치료가 되는 저이기에 감사함을 표할 뿐입니다.


이제 와서야 말하지만 오랫동안 감정이란 게 쓸데없는 거라고 불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감정이 이성적 사고를 흐릴 뿐만 아니라 감정에 치우쳐 그릇된 판단을 할까 그랬습니다. 어쩌면 실수를 두려워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은 무엇보다 필요한 존재였음을 27살이 되어서야 깨닫고, 감정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며 그리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저의 감정도 제가 찾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고, 오랫동안 기다렸을거기에 이젠 그 감정과 가까이 친해져 볼까 합니다.


어쩌면 그는 이 모든 걸 알고 저에게 옛날부터 말했던 걸까요. 제가 10년 전 약속을 너무 제 뜻대로 해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는 이걸 바라지 않았을 것 같다는, 이제야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합니다.

이것도 물론 제가 나이를 먹으면 또 이해가 바뀔 수 있겠지만, 혹은 또 다른 깨달음이 찾아오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제 자신과 감정을 온전히 마주할 때입니다.

글 제목처럼 이제야 마주했으니.


다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며,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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