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저 사람향기가 맡고 싶었을 뿐이다

선이란 건 지켜져야만 한다, 다만 그 선을 내가 정하는 게 문제다.

by 감자돌이

소통할 게 하나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문득 드는 생각이었다.


고독은 사람을 공허하게 만들 뿐이다.

공허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 뿐이며, 피폐는 사람을 몰락으로 이끌 뿐이다.

물론 적당한 어둠은 발전하는데 아주 강한 동기부여가 되곤 한다. 힘듦 뒤에 오는 달콤한 발전은 그 어떤 것보다도 달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마다 정도가 다르겠지만 부정, 어둠을 이기기란 힘들다.

그렇기에 힘든 환경을 이겨낸 분들은 언제나 존경스럽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게 되고 싶었다.


겉으론 혼자가 편하다고 떠들어 됐지만 누구보다 사람들과 연락을 하고 싶었다. 혼자 살 때 받지 못했던 사랑과 관심을 타인에 의해 채우고 싶어 했다. 애정결핍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조금 다른 그 무엇인가가 되었다. 치도록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었다.

아주 위험한 생각이고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그렇게 비하하고 나약하다 칭하던 사람들과 뭐가 다른 것인가.


그렇기에 생각했다. 건전하게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신을 믿진 않지만 신을 날 버리지 않았구나.

페이스북이라면 숨통을 틔게 할지도


그 당시 한창 유행했던 게 페이스북이었다. 흔히 소셜미디어라고 불리는 것들. 어릴 적 싸이월드를 이은 신 강자. 친구들은 서로에게 어플을 추천했다. 는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폰이 없었다. 싸이월드도 소문으로만 들어본 게 전부.

방을 꾸민다는 것과 음악이 흘러나온다는 것밖에 몰랐다.


얘들이 떠들어 됐다.

"요새 페이스북으로 메시지 보내는 게 카톡보다 편하데."

듣던 나는 생각했다.

"뭐 메시지를 보내봤어야 비교대상이 있지."

친구들의 폰을 통해 화면을 보면 문맹이었 내가 봐도 Ui가 좋아 보였다. 최신유행, 게시글, 태그 등 신기했다. 내가 접했던 문화와 다른 가상의 문화.

난 가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쉽게 말하면, 지금 카카오톡 대신에 인스타 메시지를 이용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블로그와 카카오톡을 합친듯한 느낌이었다.


나도 친구들의 권유에 떠밀려서 가입했다고는 하나 내심 가입하고 싶었기에 가입을 했다. 올릴 글도 없고 연락할 사람도 없었고 입력할 개인정보도 크게 없었다. 누가 나한테 큰 관심을 둘까 의아했다.

유행 따라 얼떨결에 가입? 이게 가장 맞는 말일 것이다.


난 그저 사람 사는 향기를 맡으려고 했다.

맛을 보진 못하더라도 촉감은 못 느끼더라도 향기는 가능하니깐.

평범하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정의는 내리지 못했지만, 그때 나에겐 일반적인 대다수의 의견이 평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일단 무리에 속하기로 일반대중에 속하기로 했다.


가입을 하려면 폰번호나 메일을 적어야 했는데 둘 다 없으면 본인인증이 안되었기에 구글 아이디를 가짜로 만들어서 가입을 했다. 어찌 보면 최초의 아이디였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난 페이스북, sns를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인스타는 들어가 본 적도 없으며 뭐 하려 다들 시간을 내서 보정하고 올려대고 친구수에 연연 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나 같은 경우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고독과 공허 고통 속에서 타인 관심이 받고픈게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나이도 어리고 많은 것을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다들 어떤 행동을 하는 데엔 그에 따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Sns에 관한 내 생각은 훗날 따로 적을 것이다.


내가 페북을 가입한 지 며칠이 지났을까 학교 내로 소문이 퍼져나갔다. 폰이 없는 내가 페북가입한 사실이 신기해서일까 아님 나랑 연락이 하고 싶어서일까. 무수히 많은 친추가 걸려왔다. 처음엔 아는 친구들만 추려서 받다가 귀찮아졌는지 모두의 친추를 받았다. 친구 수가 많아졌다. 그래봤자 가상에서의 친구 수, 진실된 현실의 지금 당장 내 옆에 있는 친구 1명보다 못했다.


받으니깐 그들의 게시글이 보이고 나에게 메시지, 이하 디엠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날아왔다. 메시지란 걸 처음 주고받아보았다.

"이게 카카오톡보다 편하단거지? 그럼 카카오톡을 나중에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차가운 이진수로 이루어진 컴퓨터상에서 보는 문자열이었지만 뭔가 그들의 마음과 말로 대화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도 많이 미쳐가는구나 생각했다. 차가운 글을 보고 위안을 느끼다니 많이 외로웠구나 싶었다.


실시간 소통 메시지. 첫 경험이 17살이었다. 메시지 대화 주제는 다양했다.

다짜고짜 자기소개를 하는 학우들.

헛소리하는 학우들.

드디어 폰이 생긴 거냐며 폰 번호를 물어보는 학우들.

좋아하는 사람 있냐는 우들.

게임 언제 그만냐는 학우들.

같이 무엇인가 먹으러 가고 사진 찍자는 학우들.

등등 진짜 일상생활 대화와 별차이가 없었다.


두 가지는 좋았다. 떨어져 있어도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 이게 강점이 매우 크게 적용했다. 그게 아마 카카오톡, 인스타, 이런 채팅 베이스 어플의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1대 n으로 다양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현실에선 몇 명을 동시에 만나던 대화주제는 하나였는데 페이스북에선 내 몸이 n개로 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기다리던 누나(여선배)로부터 하트를 갖고 있는 고양이 이모티콘이 왔다. 처음이었다. 이모티콘을 처음 봤는데 너무나도 귀여웠다. 누나 거에만 행복을 느꼈다. 어린아이가 들뜬 것처럼 메시지를 보냈다.


피시방을 가면 어느덧 제일 먼저 페북을 들어가서 쌓인 몇십 개의 메시지에 답변을 먼저 했다. 나의 루틴이 추가되는 날이었다.


가끔 누나에게 태그가 되기도, 친구들에게 태그가 되기도, 울 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오는 나에 관한 글도 볼 수 있었다.

커플 관련글에 태그를 많이 받았다. 맛집, 여행, 화해하는 법, 고백, 기념일. 누나의 전하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나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러다가 어느샌가 가끔 나쁜 생각이 든 적 있었다. 나에게 말을 거는 여학우들이 많구나. 혹했다.

남학우들이 오는 거에는 감흥도 없었다.


아마 누나와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한테 못 받은 사랑을 그들을 통해 채우고 싶어 했다. 여선배 한 명으론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는 것일까.

많은 여학우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진을 찍자하고 태그 하며 개인메시지를 이어나가는 게 그저 신기했다.

물론 진정 나에 대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고 외적인 것만 보고 다가오는 별 좋다는 인식이 들지 않았다.

난 정말 이기적이었다. 어쩌면 여선배를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닐까. 혼자 살 때 자기 최면을 걸었듯 누나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게 아닐까. 물에 검은색 물방울이 떨어지듯, 감정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지난 누나와의 추억이 지나갔다. 그리고 끝없이 감성을 이성적으로 분석하면서 질문 없는 정답을 맹렬히 계산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비가 많이 왔다. 늘 그렇듯 비를 맞으면서 생각 정리를 하고 있었다.

정신 차려, 감자돌이.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

사람을 갖고 놀면 안 된다.

본인의 욕망을 위한다면 더더욱.

머릿속에서 아예 다른 여성들을 지웠다.

약속을 지키자. 감정을 배제하고 냉철해지자.


계속 뛰었다. 머릿속에서 생각이 떠날 때까지.

지치질 않았고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한 지 30분이 지난 뒤에야 드러누웠다.

한없이 조용한 곳. 빗소리를 들었다.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공허 외로움에 잡아먹혀있었다. 끊고 싶었다. 지만 뇌에선 그동안의 고통과 공허를 보며 여자들을 곁에 많이 두라고 강요했다.

나의 속마음이 투영된 것일까. 무서웠다.


그리고 긱사를 향해 가고 있는데 누나가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오고 계셨다. 항상 나의 지인들은 날 찾기 위해서 내 지인들에게 물어서 나를 찾으러 왔다.

사라지면 나를 못 찾고 그랬다.


누나가 날 보며 방긋 웃으셨다.

또 비 맞으면서 뛰었냐고. 누나가 휴게실에서 놀자고 하시길래 금방 샤워를 끝내고 후다닥 내려갔다. 누나임에 감사했다. 누나가 내 곁에 있음에 감사했다. 따뜻했고 안정을 주셨다. 그래 허튼짓하지 말자. 누나 한 명으론 충분하다.

어쩌면 이때부터 뒤틀린 것일지도 모른다. 누나를 사랑하기보단, 외로움에 내 감정이 날 속인 거고 내 외적인걸 이용해, 누나가 꼬심 당한 게 아닐까.

끝없이 스스로 그리고 감정을 의심했다. 잘못되었으면 누나에게 더 큰 상심을 입히기 전에 헤어지려 했다. 아닌 건 아닌 거니깐.


분석할수록, 나에게

누나가 아니었더라도 연락하는 수많은 여학우 중 한 명이 여자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역겨웠다. 나 자신이 역겨워서 토할 것 같았다.


이게 내 본모습일까. 난 행복을 추구하면 안 될까. 정말 자격이 없는 걸까. 과분한 거였을까.


언제 이렇게 썩은 생각이 내 뇌에 있었지, 뇌를 꺼내서 씻고 싶었다.

나 엄청 나약해졌구나. 단단히 미쳤네.


그날 새벽 그가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직히 원망 엄청했다.

나 사실 무섭다고.

죽을 생각도 했었다고.

아무도 나를 안 찾는다고.

나도 행복을 추구하고 싶다고.

나도 벅찬데 왜 날 희생해서 두 여자를 보살펴야 하냐고.

중2 때 왜 내가 소년가장이 되어야 하냐고.

조용히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나쁜 마음 든다고.


늘 난 밤에 뇌가 폭주했다.

어둠에 짙어지고 사색에 잠길수록 춥고 배고프고 방에 쓸쓸히 놓였던 적이 생각이 나서 뇌는 폭주했다. 모든 게 들리고 예민해졌다.

진정시키기 위해 받았던 수면제 2통.

수면제가 먹히지도 않았다. 나의 각성과 정신력은 수면제를 가뿐히 이겼다. 8알. 9알. 10알. 대학병원에서 처방해 준 가장 센 약이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렇게 약속에 난 미쳤다.

나의 유일한 무기 정신력이니깐.

매번 같은 패턴이었다. 잠도 안 오고 뇌의 신경이 예민해져 잇으니 이걸 공부에 투자했다. 그러니깐 습득력, 머리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다.


언제 잠에 편하게 들 수 있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