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수행 중
아이가 요새 푹 빠져있는 것이 각종 자동차입니다. 트렉터, 트럭, 소방차, 구급차 등등 온갖 차 종류를 다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소방차입니다.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면 소방관이 아닌 소방차라고 대답할 정도죠. 아이들이 보는 유튜브 영상에선 소방차가 불이 난 곳을 와서 꺼주는 역할을 해서 그런가봅니다.
아이의 꿈이 소방차다보니 무전으로 미션을 하는 것처럼 역할극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전 바로 이 점을 좀 이용하는 편이죠.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아내가 운동을 하러 갔습니다. 집에는 저와 아이만 남아있었는데, 생각보다 집안일을 해둘 것이 많더라고요. 아내는 자기가 돌아오면 하겠다고 했지만 힘들게 운동하고 돌아와서 또 집안일을 하려면 꽤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무전으로 미션을 주는 시늉을 했습니다. '지금 엄마가 나갔다. 아빤 설거지를 해야한다. 너는 거실에 장난감을 정리해야한다. 미션 수행 가능하겠나?' 아이의 대답은.
"네 알겠습니다! 출동~"
그렇게 잠깐의 짬을 이용해서 설거지를 마치고 빨래가 돌아간 세탁기도 정리해야했습니다. 다시 한번 이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앗 아빠 빨래가 있었다. 긴급상황이다. 너는 잠깐 식탁에 앉아서 까까를 먹어라 오바'
"오! 네네 식탁으로 출동~"
이렇게 몇차례 반복하자 아내가 돌아오기 전 설거지와 빨래, 음식물쓰레기 정리까지 마칠수 있었습니다. 이런 작은 역할 놀이에 참 진심인 아이가 사랑스럽기도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아이의 꿈이 소방차(?)여서 무전으로 미션을 주면 잘 먹힌다는 것이 다행이기도 하죠.
아직 세상에 대해 잘 모르고 천진난만한 모습이 남아있을 수 있도록 아이와의 시간이 조금은 천천히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