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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이별이 너무 아파요.

2-2

by 꾸니왕

연우가 '기억'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을 때부터 철민이 가족들이 옆에 있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친척보다 더 가까운 이웃사촌으로 함께 지냈다. 유년기, 청소년기를 함께 보낸 둘이었다.

연우는 고등학생 때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었고, 철민이네서 함께 살게 되었다. 철민이 아버지는 연우를 막내딸처럼 키우고 아꼈다. 그의 보살핌으로 연우는 철민이를 연인이 아닌 가족으로 느끼기 시작하였다.

둘은 시간이 흘려 서로의 감정이 사랑임을 알게 되었으나 서로가 잡고 있는 인연의 끈에 꼬인 매듭은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둘은 인연의 끈 끝을 잡고 서로는 각자의 사랑을 지켜봤다.

연우의 다른 인연과의 결혼생활은 우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불행이 시작되었다. 어쩌면 그전부터 불행이 시작되었는데 연우가 못 느꼈던 것이었다.

연우는 남편의 심각한 폭언과 무능력에 힘들어했다. 모든 것이 자기 잘못이다고 느끼기 시작한 순간 연우에게는 심각한 우울증과 알코올중독이라는 몹쓸 병이 떠나지 않았다.

연우의 전화 한 통에 달려간 철민이는 마주 오는 차와 교통사고가 났다. 철민이는 그 사고로 1년을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있었다. 그 1년을 연우는 병간호하면서 연우의 삶은 다시 시작되었다. 연우는 철민이를 위해 살고 싶어 졌던 것이다. 그러나 철민이의 가족들은 그만 철민이를 좋은 곳으로 보내기로 했다.

그날이 10년 전 크리스마스였다.

김 씨 영감님은 철민이의 아버지다. 김 씨 영감님은 막내딸 연우와 우진이를 지키기 위해 함께 지내고 있다. 연우는 김 씨 영감님을 지키기 위해 함께 지내고 있다.


연우의 이야기는 민호와 봉우의 손에는 맥주를 들고, 눈에는 눈물이 고이게 했다.

"죄송해요. 제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네요. 그래도 속이 뻥 뚫린 기분이네요."

"아니에요. 우리가 울어서 오히려 죄송하네요. 정말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아요."

"연우 씨. 연우 씨의 이야기를 써 보세요. 어떤 소설책보다 슬프고 감동 깊은 책이 될 것 같아요."

"제가 무슨 책을 어떻게 내요. 못해요. 뭐 책은 아무나 쓰나요. 작가님이나 되니깐 책을 쓰죠?"

"무슨 그런 말을 해요. 저도 그랬어요. 글을 쓰고 작가가 되는 것은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인 줄 알았어요. 왜 어려서부터 책도 많이 읽고, 국문학과를 나오고 그런 사람만 할 수 있는 줄 알았어요."

"아니에요?"

"아닙니다. 저는 대학도 안 나왔어요. 그리고 저 3년 전까지 무슨 일 했는 줄 아세요?"

"무슨 일 했는데요?"

"저요. 대형마트 보안팀장했어요."

"진짜요?"

"네. 그러니깐 연우 씨의 이야기를 연우 씨 감성으로 그냥 써 보세요. 소설을 쓰야지 하지 말고 오늘부터 일기를 쓴다 생각해 보세요. 어쩌면 그러다 보면 겨울이 좋아질 수도, 크리스마스가 좋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금방 우리에게도 잠깐 이야기했는데 속이 뻥 뚫린 기분이 든다고 했잖아요. 글을 매일 조금씩 쓰다 보면 그런 기분을 매일 느낄 수도 있잖아요. 그냥 생각나는 추억을 글로 적는다고 생각하고 적어봐요."

"...."




"여보~ 몇 년 만에 둘만의 데이트를 즐기는 거야.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그러게 이제 자주 합시다. 데이트. 하하하"

"여보~눈 온다."

"어? 진짜네. 어떻게 이번에는 기상청이 맞췄네."

달리는 차창밖으로 내리는 눈 빨은 제법 거세게 보였다. 차 안에는 부산 경남지역에 몇십 년 만에 화이트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라디오 디제이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들뜬 라디오 디제이의 목소리에 이어 가수는 모르지만 늘 따라 부르던 캐럴이 흘려 나왔다.

"화이트~크리스마스~~"

둘은 따라 흥얼대기 시작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캐럴이 끝날 때쯤 커다란 검은 물체가 강한 빛을 내며 그들을 덮쳤다. 미순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지석이의 품 안 이었다. 미순이의 온몸에 뜨거운 액체가 타고 흘렸다.

"여보. 여보! 지석 씨~"

지석이는 대답이 없었다. 미순이는 울분을 토하며 지석이를 불렀다.

자신의 울분에 미순이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는 다리를 만져 봤다. 미순이는 오늘부터 날씨가 추워진다는 것을 느꼈다. 10년째 겨울이 오면 시작되는 꿈이다.

"꼭 이런 식으로 밖에 못 나타나는 거예요?"

미순은 실눈을 뜬 채 침대 옆에 놓인 지석이의 사진을 보고는 불만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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