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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힐링을 느껴요

3-8

by 꾸니왕

"1970년대 중. 후반 연예인들 대마초 사건이 있었어. 연예인들이 많이 연루되어 잡혀갔지. 조용필도 연루되어 가수생활을 잠시 접어야만 했어. 연루된 연예인들 대부분이 활동을 중단해야만 했지. 어떤 사람은 술에 절어 인생을 비관하며 보냈지만, 조용필은 통도사 극락암에 도인을 만나기로 보기로 했어. 조용필이가 여기 극락암 마당을 왔다 갔다 하는데 마침 스님과 마주치게 됐어."

"그래서요?"

"응 무슨 스님이라 했는데 기억이 안 나네. 하여튼 스님이 조용필을 보고 물었지. "너는 뭐 하는 사람인교?" 조용필이 "노래하는 가수입니다."라고 대답을 하니깐 스님이 "하하 우리 절에 꾀꼬리가 왔구나! 네 안에 꾀꼬리 가 들어 있구나. 그 참 주인이 누구인지 찾아보거라." 이렇게 말을 했어. 조용필은 그 말을 듣고 꾀꼬리가 어디 있는가 하고 찾았데.."

"설마? 그래서 만든 노래가 '못 찾겠다 꾀꼬리'입니까?"

"그렇지 하하."

"..."

"김사장. 만약에 스님이 지금 김사장을 만나면 뭐라고 했을까? "스님이 자네 뭐 하는 사람인가?"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기고?"

".... 책방주인? "글 쓰는 사람입니다."라고는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 그러면 김사장은 글 쓰는 사람을 동물로 비유하면 뭐라고 생각하니?"

"글쎄요? 한 번도 생각을 안 해 봤어요."

"나는 이상하게 부엉이라고 생각해 봤어."

"부엉이요? 왜요?"

"부엉이가 지혜롭고 어둠 속에서도 명확하게 보는 눈을 가졌지. 글 쓰는 사람들도 보면 보이지 않는 사람의 내면이나 그런 거를 잘 끄집어내서 적고 그러잖아. 김사장도 그렇게 잘 적었더니만."

"아~ 그렇네요. 부엉이라 멋진데요."

"하하하 그러면 김사장아! "네 안에 있는 부엉이의 참 주인이 누구인지 찾아보거라." 스님이 이렇게 말했을 거다. 어쩌면 김사장은 벌써 찾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닙니다. 저만의 글의 색깔이 없긴 합니다."

"그려. 그러면 김사장! 한 번 찾아봐. 혹시 못 찾으면 불러봐"못 찾겠다. 부엉이. 부엉이. 하하하"

"고맙습니다. 어르신."

"너무 무겁게 살지 마. 가볍게 살아도 충분히 멋진 세상이야."

김 씨 영감은 민호의 등을 '툭툭' 치고는 우진이를 부르면서 갔다.


연우는 미순이의 휠체어를 벤치옆에 고정시키고 벤치에 앉았다.

"눈이 금방 멈춰서 아쉽기는 하네요."

"그렇네요. 한바탕 내리면 좋을 거를....."

"....."

"....."

"미순 씨~ 저 민호 씨한테 들었어요. 미순 씨 대단해요."

"뭘? 뭐가요?"

"미순 씨 일기를 국민학교 6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쓰고 계신다고."

"작가님은 그게 뭐가 대단하다고~ 그냥 대충 쓰고 있어요."

"대충이 어디예요. 대단해요. 저는 국민학교 6학년 크리스마스 때부터 일기며 편지며 한 번도 안 썼어요."

"네? 진짜요? 왜요?"

"... 그게.. 하하하... 좀 전에 절에서 봤던 그놈 때문에요."

"네? 그놈요? 아~~"

"제가 그놈한테 줄라고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부터 카드를 만들었거든요. 정말 열심히 만들었어요. 반짝이도 뿌리고 리본도 달고, 솜으로 눈사람 만들어서 붙이고 알죠?"

"하하 기억나요. 저도 많이 만들었어요."

"그렇게 만들어서 크리스마스이브날 줬는데 그놈이 글쎄 속지만 딱 떼서 다른 속지 붙여서 다른 여자애한테 준 거 있죠."

"하하 정말 속상했겠어요."

"네. 핑계 같지만 아무튼 그날부터 일기고 편지고 안 썼어요."

"연우 씨 보면 추억이 참 많아서 부자처럼 보여요. 아픈 추억이든 좋은 추억이든."

"무슨 그런 말이 다 있어요? 민호 씨도 그 추억들을 글로 써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요? 미순 씨 저 글 잘 쓰는 방법 좀 가르쳐줘요?"

"제가 무슨 아이고~ 무슨~ "

"그래도 저보다는 일기도 꾸준히 쓰시고 책도 많이 읽으시고 하시잖아요. 민호 씨는 글 잘 쓰는 방법은 없다고 글씨 잘 쓰는 방법은 있다는 말만 하더라고요."

"하하하. 작가님이 저한테도 똑같이 말했어요."

"저한테 민호 씨가 추억을 일기처럼 써보라고 해서 꾸준히 썼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마음이 후련해지고 말 못 하는 뭔가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책도 읽고 기억나는 옛 그날들을 조금씩 써나가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더 잘 쓰고 싶다. 그런 욕심요."

"저도 그래요. 하하하. 우리 천천히 책도 읽고 그냥 써보는 거는 어때요? 누구한테 보여주는 글이 아니고 나만 보는 글을 써봐요. 일기는 자기만 보잖아요. 그래서 솔직하게 꾸준히 써지더라고요."

"정말 신기해요. 이런 기분이.."


모두가 다른 생각을 하면서 내려왔다. 우리는 통도사 주차장 입구에 있는 보리밥집에 앉았다. 크리스마스날에 절 앞에서 먹는 보리밥과 파전은 정말 맛있었다.

"자~ 이제 별밤책방으로 갑시다. 오늘도 B&B를 사랑하러 갑시다."

"갑시다."

"봉우아저씨~ 오늘 무슨 책이에요. 나 가는 동안 생각 좀 할게요. 알려줘요."

"어르신은 저 차 타시죠."

"엄마 우리는 제아 언니차 타요. 넓고 너무 좋더라."

"봉우야~ 휠체어 좀 실어드려~"

모두가 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다른 생각을 하고 같은 곳으로 도착했다. 별밤책방에는 천이가 혼자 지키고 있었다.

각자가 할 일을 했다. 테이블을 붙이고, 테이블을 닦고, 커피를 내리고, 음료를 따랐다. 모두가 한 곳에 모였다. 봉우는 헛기침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자.. 오늘은 이 책을 가져왔어요. 유.. 명한 클레어 키건의 소설'이처럼 사소한 것들'입니다."

봉우는 말을 거의 더듬지 않았다. 민호는 그런 봉우가 대견해 보였다.

"오호~ 나 이 책 읽었는데.. 너무 반갑네요.."

"그래요. 역시 미순 씨~"

민호는 미순 씨를 향해 엄지를 치켜올렸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 바로 오늘이 아닐까? 사소하지 않은 듯한데 지나가 버리면 사소한 것들이 되잖아. 그런데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대단한 것들이 되잖아. 오늘이 모여서 대단한 내일이 되듯이.."

"할아버지~ 혹시 선생님이었어요? 국어 선생님? 어쩜 이렇게 멋지세요."

가을이는 감씨 영감의 왼손을 양손으로 감싸고 흔들었다.

"그럼 이제 가을이가 말해봐."

"왜 또? 저부터? 음~ 사소한 것들은 우리가 하는 말들이 아닐까요? 사소한 말 한마디가 때론 큰 힘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상처가 되어 아물지도 않을 때가 있잖아요."

"그럼 가을이는 큰 힘이 된 사소한 말 한마디가 뭘까?"

"많았어요. 오늘도 우진이가 통도사에서 "가을이 누나가 제일 이뻐."그랬거든요."

"진짜야 우진아~ 가을이 누나가 제일 이뻐?"

"네.. 네.. 가을이 누나가 이뻐 이뻐 제일 이뻐요."

"하하하."

"그.. 럼 반.. 대로 큰 상처.. 가 된 사소한 말은?"

"그거는 비밀요.. 다음에 말할게요. 이제 다음 사람에게 바통을 넘깁니다."

모두가 연우를 쳐다봤다. 연우는 검지로 자기를 가리켰다.

"제가 생각하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하면 제일 먼저 '고민'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네요. 아니에요? 정말 사소한 것들을 우리는 고민하잖아요. 일어나지도 않는 일들을 고민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사소하게 보내게 되죠. 저는 그래서 '이처럼 사소한 고민들'이 또 다른 이 책의 제목이 아닐까요? 아닌가?"

연우는 미순을 쳐다봤다. 미순은 살짝 웃으며 양손을 들어 모르겠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고민! 정말 고민이라는 말 앞에는 사소한 이라는 형용사가 붙지요. 그러면 이처럼 사소한 고민들 중에 최근에 한 고민은 뭐예요?"

민호가 연우를 빤히 쳐다보며 질문을 하자 모두가 연우의 눈을 바라봤다.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그럼요."

"사실은 별밤책방이 망하면 어쩌지? 그런 고민? 하하하"

"그거는... 하하하 저도 가끔 합니다."

봉우가 양손을 교차해 가면서 저었다.

"쓸.. 데없는.. 고민입니다.. 이제 다음.."

제아가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사소한 것들은 '행복'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못 느낀 행복이요. 이렇게 모이는 것도 행복이고, 책을 보는 것도 행복이고, 끝나고 맥주 마시는 것도 행복이고요. 하하하"

겨울이가 제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

"저도 제아언니랑 같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저도 행복합니다. 사소한 것들에게 행복을 느낍니다."

"그럼 오늘도 우리 마무리하고 행복하게 맥주 한잔씩 합시다."

우리는 다시 각각의 일로 분주했다.

"봉우아저씨~ 오늘은 돈가스 먹고 싶어요."

"저도 저도~ 돈가스."

"봉우야 나는 그때 그거 맛나더라 그 뭐꼬 소주 안주?"

"연우언니~ 이것좀 들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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