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자꾸 멀리 보게 된다.
앞날을 걱정하고, 결과를 가늠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마음을 뺏긴다.
그런데 막상 살아지는 건 언제나 가까운 것들 덕분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좀 더 자세히 보려 한다.
나와 마주한 사람의 표정,
산책 나가자고 보채는 강아지의 눈빛
내 마음이 평온해지는 순간들.
크고 대단한 게 아니라
눈앞의 것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아, 이것도 충분히 좋구나'하고 느끼는 삶.
그게 내가 바라는 삶의 방식이다.
자세히 본다는 건 판단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엇을 이해하려 들기보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일.
그래서 마음이 덜 흔들리고 사람이 조금 더 따뜻해진다.
나도, 내 삶도 그렇게 자세히 보고 싶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오래 남는 것들.
사소하지만 내 삶을 지탱해준 것들.
하루를 마치기 전, 그런 것들을 천천히 떠올릴 수 있다면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