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나서 느끼는 설렘은 연애할 때와는 분명히 다르다.
그 설렘을 굳이 '연애'라고 부르기엔 오히려 조금 가볍게 느껴진다.
물론 알콩달콩 사이좋은 부부를 표현할 땐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분명히 다르다.
요즘 내가 설레는 건 '사랑해' '예뻐' 같은 말보다
"오늘 외식할까?" "가방 하나 사" "내가 설거지할게" 이런 생활 속 한마디다.
그 말들이 더 설레고, 설렘의 농도는 훨씬 진하다.
왜냐하면 이미 사랑하고 있으니까.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까.
연애할 땐 감정 하나에 하루가 흔들리고,
문자 하나에 온종일 마음을 기대곤 했다.
지금은 생활 속 한마디가 마음을 움직인다.
그 말이 배려에서 나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연애는 '연애생활'이라고 부르지 않지만, 결혼은 흔히 ‘결혼생활’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사랑이 생활이 되었으니까.
서로가 기대고 설레는 지점이 달라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같은 사람이라도 연인일 땐 감정이 중심이었고, 지금은 감정이 생활 안에 녹아 있다.
그래서 지금의 설렘은 '모르고 기대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다 알고 있고, 함께 살아가는 순간에서 오는 감정'이다.
이건 연애가 아니다.
오히려, 동지애나 우정에 더 가까운 감정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사랑의 깊이나 농도는 훨씬 진하다.
말보다 함께한 시간이 더 크게 느껴지는 사랑.
나는 지금도 충분히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