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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Nov 27. 2024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소복소복 하사하는 이른 눈

 여름이 무더위로 기승을 길게 부렸던 걸

 양보로 시샘하고 있던 가을이

 본인 정서 못 채우고 겨울을 앞당겨주며

 한 심술 펴보라 한 것 같다


 예전 연하장에서나 볼 듯한 백설기

  시루를 꼭대기마다 엎어놨다


 무설기로 촉촉하게 머리에 인 나무들

 존재하는 미명의 것들도  훔치기

 바빴었노라며

  

 떡판을 내주고 고요로 쉼을 마저 내준다


 한 해의 애씀에 노고를 격려하며

 무지 더운 여름 잘 버팅겼기에 내리는

 진상품이라 한 시 빨리 하사 하노라

  

 겨울을 제철보다 빨리 내어줌에

 미안함을 더불어 쏜다

 소복소복 종일 내리는 눈에

 년은 거룩함여서 고갤 숙이게 한다


 * 공원을 달음박질해서 컷했는데 순간에 손이 시렵다. 작년 2월 23일 메모엔 몇 년 만에 오늘만큼 손가락 높이의 눈이 와서 나무마다 눈부신 화려함으로 덮어주니 인증샷과 감탄사들 터져 나왔다고 적혀있다. 그런데 오늘은 아주 고요하고 적막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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