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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골스러운 됨됨이

(3) 귀골스러운 됨됨이

by 블라썸도윤

에어컨 청소를 해준 직원이 말해줬다. 따뜻한 마차를 후루룩 마시더니 직접 경험한 일을 사무실에서도 인증샷 하듯이 뱉어내야 했다며 사람 차이는 무엇이 기준이 되는 건가 새삼 의아심이 생기게 했다.


'"에어컨 청소는 서울지구의 유지들 집을 다녔는데 성품이 그 댁에 있더라고요. 직업이 의사인 집에선 3일을 내리 다녀갔는데 십만 원에 정산을 해줬으며, 이명박 대통령 사택엔 빈집으로 경호원만 있었어요. 전 해에도 그랬는데 얼굴을 비치지 않았지요. 그런데 이희호 여사님 댁에선 의외였어요. 대통령 서거 후 여사님이 계셨으며 대뜸 보시자마자, "밥은 먹었나요? 나도 마침 먹으려는데 우리 같이 점심 들어요." 하시면서 손수 밥상을 차려 주셨어요. 일반 가정의 찬이나 다름이 없으며 맛있게 먹은 저는 우쭐대며 자랑할 생각을 가졌고 사무실에 가서 훈훈한 정을 본 그대로 얘기했어요." 감격이 컸나 보다. 내게도 전해줌은.


이희호 여사님이 집필하신 책은 20년 전에 문구점에서 이미 훑어 읽어서 알고 있는데 역시였다. 대통령이 억울한 수감생활을 하실 때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옥살이 수발에 면회를 가셨으며 가정도우미 집사가 네 분인데 봉급을 못 주게 되자 금붙이와 폐물류, 끼고 있던 반지를 팔아서 품삯을 주셨다고 했다. 또한 이 책을 쓰실 때 막내아들 홍걸씨가 고등학생 이었는데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으며 히키코모리해서 힘들다고 진심으로 밝히셨다.


사람을 보거나 그 집에 당도했을 때의 분위기를 읽고서 주인장의 품새를 맡게 된다. 사람 됨됨이는 생활에 습관이 배야 하며 귀골답게 배인 습성에서 인품이 따라간다.


높은 직위의 윗분한테서 직접 상차림 받는다는 게 어디 쉬운일인가. 그 벅찬 느낌을 나와 공감을 가지게 되니 나도 한 상 받은 느낌이다. 좋은 일은 전염이 빠르기에.



있는 사랑을 날 것으로 내주신 분의 입장은 상대를 기절시키기까지는 아니지만 물건을 내어줘서 그 받은 물건을 오래오래 쓰고 있는 소중한 정성을 알고 계신 분이다.


나도 이이에게 간식을 내어줬다. 가방에 넣더니 낼 한 끼로 해결 하겠다고 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 상대가 행복해지기 바란다.


그리고 오후 되니 수급자로 사시는 아저씨가 청국장 포장 3개를 들고 오셨다. 나는 어여 받아 들고 차와 떡을 내드렸다. 말 나눔은 영차영차로 하고. 이분한테서도 글감이 나오기도 하니 나는 밑질? 것이 없고 아니, 그분의 얘기를 경청하고 홧팅으로 엄지척을 해줬다.


“춥지 않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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