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반장 새 앞세우고 철새 들다
허들허들 밥맛을 내야지
쌀을 안치면 끓을 때 나는 냄새
은은한 틈을 타 허술허술하게 향이 샌다
그리고서 글 앞에 앉는다
글밥을 포슬포슬하게 지어야겠는데
퍽퍽하지 않게 익히려면
물 조절을 잘해야 하고
장작불은 최고지만
압력밥솥은 칙칙칙 기차 소리 내고 있다
솔향이 콩 익는 냄새로 배었으면 좋겠다
* 지금 막 지은 밥 참 맛있어 보여. 내게는 *
* 어제 만난 아기 돼지는 엄마 젖이 최고라네. 올망졸망 꼬리치는 모습이 귀여운 새끼 세 마리, 크리스마스 날에 태어났는데 엄마 쭈쭈를 아주 밝힌다. *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을 때 공기가 들어가게 해주려고 주걱으로 허술허술 섞어주게 된다. 공기 틈바구니의 은은함 속에 번진 향처럼 글 하나하나는 밥알이다. 밥 냄새가 쥑인다는 말이 있듯이 나의 글밥에도 죽여질 수 있는 밥 향이 진짜루 스몄으면 좋겠다.
특별한 찬이 없어도 즉,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밥냄새 하나로 밥만 먹어도 맛이 있다는 소릴 들었으면 좋겠다. 특별한 글감이 없어도 일상을 올리는 일기 같은 평상 글에 단백질이 배이길.
편리한 시대에 햇반으로 때우는 이들도 많고 회사의 대표되는 분도 아침을 거르고 출근하는 이들 대부분 있다. 그들에게 일회분 견과류를 건네며 인사를 한다. 돈과 명예가 있다고 해도 아침밥 놓치는 이 많다는 생각을 밥 푸다 말고 하게 됐다.
매번 지나는 길도 날마다의 마주침과 다르듯이 대구에서 왜관역을 지나치며 다작의 일기를 고스란히 글 편으로 옮기시는 작가분이 있다. 문체는 같은 날이 없다. 항상 같은 날의 내용이 없는 것이다. 이토록 나도 글을 편하게 쓸 참이다. 간을 세게 하지 않은 수수한 차림새 그대로 쏘옥 하고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