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반장 새 앞세우고 철새 들다
동네에서 보기 어려운
내 허리 높이의 남아 둘
부러는 아닌데 천천히 걸음질 하게 민다
이들의 얘깃거리는 항상 끈적지다
내게도 도깨비 풀씨처럼 붙어서
안데르센 마을에도 데려다준다
조숙한 목소리 아이가 먼저 묻는다
넌 어떤 것을 추구해
그런데 엉뚱한 답이 온다
난 고소 공포증이 있어
그리고 폐소 공포증도 있어
그게 뭔데
어둠에 혼자 있음 무서워
그럼 넌 원룸에도 혼자 못 있겠네
그리고서 골목을 돌아섰다
이어지는 길에
이모 같은 엄마와 다 큰 아들의 길 대화다
빚만 잔뜩 있는 것들이 명품이나 찾고
찾기만 해 사나르니 문제지
없는 것들이 그러면 못 써
엄마가 네게 일러주는 말이야
너는 그러지 마라
아까 전의 물음 받아 든 아이도
지금 지나친 어느 엄마의 아들도
묵묵부답이다
남의 말을 우연히 들으며 천천히 걸음해도 나를 돌아봐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부러 훔쳐서 들은 얘기는 아닌데 내게 일깨움을 준다. 그리고 길을 혼자서 가지 둘 이상이 같이 걷는 모습을 보기도 드물다. 하물며 오곤조곤 들을 수 있는 말은 더 만나기 쉽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등바등 걷지 않는 길에도 꽃은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