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반장 새 앞세우고 철새 들다
소복소복 쌓이는 게
하루 이틀이랴
질리게도 내린다
첫 번째로 다가와야
무지 설렘이건만
백설기를 밥 대신
삼시 세끼 먹어댈 수 없듯이
음력 정월엔 눈이 많이 오기로
찜해놨나 본데
키가 아주 작아 맨 앞에 앉아서
똘망하게 일등만 노렸던 최정열이란
아이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축축하게 훑어논 눈을 밟아는 볼까
오늘은 성가심이 따른 눈발 앞에서
혼자의 속삭임을 갖는 것은
이렇게 하얀 세상을
제멋대로 내주진 않겠기에
한 마디라도 말을 붙인다
이번엔 궁금증도 풀어줄
혜안을 갖고 기세등등하게 왔느냐
보기엔 솜털 같아도 하염없이 쌓인
무게감처럼 흔들림 뱃멀미 같은데
훌훌 털고만 있다
대보름 호두랑 땅콩알 까먹는 날인데 보름달 보기 어렵게 눈으로 계속 덮고 있으니 질리는구만. 어제 뉴스도 그제 뉴스도 변한 것 없이 역시나 였는데 오늘 또 같은 눈이 내리는 것에 싫증을 체기처럼 느낀다. 니글거리는 눈으로 아침부터 안 보고 싶게 한다. 보름달도 만나보고 싶단 말이지. 이 아이한테 소원 빌 이들이 줄 서지 않았는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