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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빛 바람과 누이

(21) 반장 새 앞세우고 철새 들다

by 블라썸도윤

쥐빛 바람은 인적을 끊게 하고

기상청 예보를 집어삼켰다


회색빛으로 심술을 포장한 바람은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아


입김에 서리를 찔러 넣는다

우걱우걱 억지로 닿는 차가움은


살가운 누이가 돼지 삼겹을 삶아와도

그리 반기지 못함은

반코트로 허리를 둘렀는데

목도리처럼 날리는 머리카락의

배웅을 빨리하기 싫어서다


어찌 바로 가시리오 누이

천막이 찢기는 울음소리 귓가에 시린데

매선 바람이 멈추길 바라나

누이가 떠난 뒷걸음질에 쫓아가려나


누이도 봄을 가져다주려고 마실따라

이쁜 모습 거울 한 번 더 들여다봤을 건데


시려진 손을 감추고 돌아선 누이

뒷모습은 늘 그립다



김○○ 머리 분이 이번엔 보쌈을 싸오셨다. 정이 많으셔서 매선 바람 센데도 목도리 밖으로 머리칼 날리며 오셨다.


어젠 서현씨 유명 교향악단에 입단하게 해주고 좋은 인연은 얼굴 미소에서부터 알아차렸다.


따습다고 해서 이분과 나 오늘 얇게 입은 게 허술하다. 그런데 인정을 한 보자기 쏟아놓고 바람 거르고 나가시는데 붙들고 싶어졌다.


좋은 인연은 나이와 세대 차이 없이 무관하게 온다. 그래서인가 싶다. 오늘 오신 상담자도 아주 화통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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