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반장 새 앞세우고 철새 들다
혜자쌤을 한 참 못 뵈었다
우리 아저씨 세끼 챙기냐고 바빴어
주연씨 화딱지 난다며 뜨르릉 콜 한다
지가 좋아하는 것만 냉장고에 넣어
내 것은 왜 가만 놔두냐고
우엉이 썩어서 실눈이 쳐지고 있는데
무채랑 소고기뭇국을 엎어 버렸어
성질나서 눈을 부라리려는 못 뜨고
아예 내리깔다 나왔다네
애들은 아빠 편을 왜 드냐고
가만히나 있지 화딱지가 붙어
우유 사러 간다며 나왔어
빵집 돌다 드갈 겨
돈을 많이 갖다주니까 참아내지
시어미 닮아서 닮은 짓을 아직도 해
소주를 박카스 병에 따라서
술이 아닌 것 마냥 드셨던
순하신 시아버지 바카스 병을 빼앗아
냅다 마당에 투척하신 시엄니
그걸 빼박아서
뒤끝이 없지만 사찰에 같이 동행하면서도
찬을 쏟는 건 용서가 안 돼
한참 갈 거야 말 안 하기
오만정이 떨어져서 지 밥 낼 굶길까 하고
그러면 입에 안 대는 내 강황밥에
수저 얹겠지
누가 아쉽냐고 이 늙다구리
욕쟁이 주연인 달고 사는 욕도
상스럽지 않음이 애교스럽고
세상 처음 들어보는 욕이라
배꼽 잡고 웃음 쏟으면 이 친구도 웃어버려
그 남편의 본 성질 못 이기걸랑
바깥바람이나 쐬어
내게 말해서 풀어람
난 그럴 남편이 없어서 편하다
요즘 아버지 시대도 아닌데
아버지 하려고 엎는단 말이지
야! 니 즐기고 살아라 이해하마
속병 생기지 말고 대화상대를 찾아
안 그러면 소래라도 한 바퀴 씽 달려가 봐
엉망진창 받아주지 말아
집에 오만상은 부처님 뒤 꼬리라드냐
응석받이 밀치고 나와버려
널 위한 삶이 중요해
재미나게 살아야 해
찬 그릇 엎어진 곳에
남편의 못난 손이 떨고 있을 겨
다 치워놓을 시간쯤 드가라
부딪히지 마라
베풀고 인정 많은 너와
식탐이 강한 너의 남편
티격태격 격차가 음식의
기본양식에서 비롯됨이라
삼시세끼 상차림에서 온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