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반장 새 앞세우고 철새 들다
새벽녘 낑낑낑 했었네
몰라준 채로 깜깜한 잠에 있었다
환하기 직전의 검은빛 새벽에
너의 큰 변을 보게 됐어
일어서기만 한 채로 퇴원했는데
엉거주춤 일어섰다가 주저앉고
그랬던 네가
참았던 소피를 잔뜩 부어놓고는
더 참았던 변을 욕실 앞 패드에 놓았네
걷는 걸 보지 못해서 아래쪽에
패드를 깔아주지 않았는데
씨씨티비 속의 네가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
한 걸음 뗄 때마다 앉기를
반복하면서
깨끗한 패드를 찾아
장거리 여정을 보냈구나
기특하고 참하니 어루만져 줄 수밖에
봄도 이처럼 술렁술렁
느림보 곰처럼 묵직한 엉뎅이 밀듯이
햇살로 기어 나왔다
어때, 오늘은 봄 같지 않아
난 흔들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