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반장 새 앞세우고 철새 들다
엄마 집에 들렀다
엄마가 안 계셔서 가지지 않더니만
엄마 사진 잔뜩 탁자에 세워놓은
아버지 자주 와라 이어서 하신 말씀
아침에 꽃 사 들고 엄마한테 다녀왔어
자꾸만 엄마가 보이잖아
평온당 반쯤 남은 길인데
시커먼 옷 입은 70대 두 여자가
느닷없이 다가와서 하는 말
아저씨 꽃 들고 누구한테 가세요
우리 집사람요
혼자 심심하시고 적적하시죠
우리 사귀어 볼래요
난 남자친구 필요해
난 애인도 좋아
달라는 연락처 안 주고
손사래 치며 기겁해서 왔다
까딱하면 추행범으로 몰릴 수도 있갔어
멋진 신사였던 아버진
흰머리를 박박 미시고
지팡일 짚은 88세 할아버지인데
이 뭔 일이고 세상이 변하는 거여
망측해라
종로에서 박카스 권하는 아줌니들
여기까지 침범해 온 건가
손주도 꽤 장성 했을 건데 뭔 일이래
아버지 조심해서 다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