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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Jun 26. 2024

또 다른 맏이와 마주침

요 꼬마 녀석

 우리 집안엔 아들이 딸린다. 귀하지.

조카 녀석 땅개 얘길 조금 해보려고 한다.  웃기고 한 번 웃고 넘어가게.


 서울 살던 이모할머니가 친정집에 쉬러 오셨을  땅개(재현이) 아빠가 인절미를 한 번 사다 드린 후 얼마 안 가서 산소 호흡기를 찬 체 돌아가셨다.  이 아이 엄마는 바로 둘째동생.

 태몽으로 이 할머니가 " 얘, 넌 이 아일 거둬도 된다. 애 먹고살건 걱정하지 마." 그래서 재현일 품었단다. 이름보단 내가 지어준 땅개가 더 친근감 있고 별명 쫓아 웃기는 머슴아다.

 

  지 아빌 닮아서 인정은 많아도 땅개는 별명으로 불려졌다. 억수비가 소낙비로 팍 쏟아지더니 조금 잦아들 때쯤 국진이빵과  어린이 우산을 우리 집엘 둘렀다.

 때마침 점심준비를 했으니 애 밥도 한 그릇 퍼주었지. 처음엔 싫다더만, 두 그릇을 맛있게 먹더라고. 무우를 밑에 깔아준 고등어조림과 오징어 볶음이 맛있다며 "따봉 따봉!" 엄지척 해가면서 국진이빵은 누나 먹으 란다. (남편ㅡ 남의 편은 오징어를 총각 때부터 올려! 내려! 오징어게임 하듯이 먹지를 않는다.)

 이모부가 치킨을 잘 사준다고 "꼬꼬아빠"라고 부르며  잘 놀러 왔던 네가 우릴 곧잘 웃겼다.


  나는 땅개 나갈 때 같이 일을 봐야 하므로 내 아이들이 착용했던 노랑 우비와 같은 색의 장화를 신겨 줬다. 저만치 공원슈퍼를 지나는데 "이모 이거 백 가져.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말하지 마. 할머니랑 우리 엄마랑 아까 그랬어. 큰 이모는 싸가지가 없대. 정말  말하지 마. 약속 이다."  애가 다섯 살인지 여섯 살인지 기억이 가물하다. 싸가지 없다는 뜬금없고 생뚱맞는 .

속이 니글거렸다. 좀전의 점심 먹은  것이 쌉싸름 해지네.


  내게 준 원이 필요했나 보군. 해거름 때 마주치니 "이모 그 거 백 원 있으면 나 도로 줘봐 사 먹게." "하 하 하!"  땅개라서 잘 웃겼던  너를 보고 웃었다. "감자, 고구마, 계란이 왔어요. 무우말랭이."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 "뭐긴 모야 모기장수지." 정말 웃기지만 솔직하다.


 내 큰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식 하고서 일주일   볶음밥 도시락을 급히 들고나가다 집 앞 입구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목발을 짚었었다.

 그때도 두 번씩이나 국진이빵을 들고  큰 딸이 누워있던 병원엘 찾아왔다며 " 엄마, 땅개가 또  국진이빵 들고 왔었어. 학교 파하고 왔대."

 "그래 기특하다. 어린아이가."  지난 얘기다.

 

 우리 집도 엄마집과 이땐 한 정류장의 거리여서 오가긴 쉬웠다. 사촌이라고 네가 병문안을 왔구나! 지금도 생각하면 얼굴만 봐도 웃기고 말투도 코메디언  네가 어릴 때 정을 많이 풀었어.


 군대를 한 달 서둘러 제대한 땅개는 사격 전국적으로 잘 쏜 명사수라고 이름이 올랐기에 

'집으로 갓!'이 가능했던 것이다.

 내 큰 딸 나해랑 한 번 붙어 봤으면 좋겠는데 텄을까? 너희가 왕래를 끊었으니.


 보드게임도 이 누나랑 한 번 맞볼 기회는 있을지 텁텁하다.

 오늘도 나해 누나랑 소현이 누나가 그러더라.

 "땅개는 웃기니까 개그맨도 하고 발라드도 하면 좋겠어."


 그런데 돈 거래만 절대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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