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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Jun 13. 2024

또 다른 맏이와 마주침

국진이 빵이 잘 나갈 때

 엄마는 환갑 때 문구점을 여셨다. ‘쟁이나라 만들기’로 예고 학생들이 꽉꽉 찼다. 오로지 본인끼의 예술에 더 관여하는 학생들은 새벽 4시 반이면 어김없이 문구점부터 출입을 한다. 국진이빵도 사 먹고 3절, 4절 도화지에 4B연필까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이 중에는 무용 교수가 된 학생도 있고 백승기 회장은 간석여중에서 조선시대 갓과 도포를 입고, 미술을 가르치는 특이 교사가 되어서 인간극장에도 나오더라. 교복도 여기서 맞추니 식구들이 이른 새벽시간 들떠진 눈 비비고서, 부랴부랴 셔터를 열고 밤늦은 시간까지 매달려도 야리끼리한 것은 잽싸게 손을 탔다. 문구점은 유난히 손을 타는 곳 아니던가.


 화사한 옷맵시가 빼어난 엄마는 남동생과 배다리로 장을 보고 오시곤 했다. 필요 학용품도 있지만 초등생 가릴 것 없이 야리끼리한 건 새 물건에 항상 포함되어 진열에서 눈이 뻔쩍뻔쩍 띄게 했다. 여동생네 딸 둘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새 물건은 이쁜 건 물건 풀기 바쁘게 지불의 가부를 떠나서 얘네가 먼저 손을 탔다. 스티커가 유행하고 캐릭터가 번뜩이는 문구점에서 멋쟁이 엄마가 운영하시는 내 터 같은 입지에 난 거스름돈도 때론 거부하며 학교 용품 외엔 사 가지 않았다.


 동생네 과자 봉지를 들고 가니 방바닥에 지갑이 여기저기 몇 개가 필통이 너저분히 서너 개, 분홍색 이쁜 기모 장갑이 그 집 책상에 뒹굴고 있었다. 담 주에 또 새것 가져가려고 틀림없이 버려지는 거 아닌가. 때만 묻어 있는 걸 주워와서 빠니 새것이나 별다를 게 없었다. 우리 애들은 이걸로 공부를 하고 여기에 동전도 넣고 다녔다. 간혹 파본이 나온 깍두기공책, 줄무늬 공책들 제 돈 내고 사다가 우리 애들이 교육감 상도 받고 거의 우수한 성적으로 우등을 했다. 희한하게 야리끼리한 거 안 사봤어도 할머니 댁이 문구점인데 구경은 하면서 사려든가, 가지려는 욕심들이 없었다. 심지어 유명세를 타던 국진이 빵도 먹질 않더라고.


 “에잇”이란 수식어를 말머리에 잘 붙이는 네가 뭔 말을 하면 엄마나 지 자식들한테 일러바침으로 그 고자질을 내가 이겨낼 수 없으니 말을 못 하고 넘어가는 거다. 물론 수중의 돈이 많이 부족하니 자식을 더해주고자 하는 맘은 더 간절하겠지만……


 집안이나 냉장고에 먹을 것이 채워지면 눈요기만 해도 배가 부르듯 둘째 너도 그랬을 거라 보이지만 눈에 띄는 걸 다 얻고 싶은 건 눌렀어야지. 돈이 모자라니 빌려달라고 말은 구차하게 했을 거 아닌가. 평소에 소비성부터 너는 고쳐야 함을 누구도 코치해 주지 못했다.

 너는 고자질이 먹히고 난 일러주는 말이 안 먹히는 기가 막힌 우리 관계다.


 (1) 2주 전 ‘슬픔보다 더 거대한 감정’을 브런치에 올린 후 양세호 작가님이 바로 라이킷을 해주셨다.

이때 이분 작가 소개에 ‘국찐이빵  프로젝트’를 하신 이력이 있다고 기재되어 있어서 오우 소름;; 물안개가 피어 오름 같네***

브런치는 어디에서든 장소 불문 없이 공유가 되니 인연 같은 소통이 된다는 것에 놀라움이 일며 세상은 역시 좁구나!

 

(2) 작년 여름 사돈댁과 에버랜드에서 좋은 추억을 가졌다. 동물 관람 중 동생 호랑이 ‘나라’가 혼자서만 얼음주머니를 차지하려고 형아 ‘다운’이에게 “어 흥” 승질을 댑다 피니 형아가 갖고자 했던 얼음덩일 빼앗겼다. 아니면 내주게 된 걸까?... ... 포기? 양보?

동물 세계도, 힘 좋은 얘네도 동생이란 것의 과한 횡포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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