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볕 드는 쪽에 머무른 향기
습한 더위가 기분을 저하시킨다
묘한 날이다
주차해 논 차를 긁고 도망갔는데
씨씨티비 되냐고 묻길래
안 된다고 했다
앞 가게는 벌써 짐을 쌌고
빈 가게가 됐나 보다
썰렁하다 싶을 때
주인장 아저씨가 나타나서
여기 자주 오게 될 거란다
이 골목 왼쪽 틀고 또 한 번 더 틀면
맛있는 삼겹살집 있는데
그 사람과 애인 관계라며
남자는 연애를 자랑한다
수급자인 경주 씨는
팔 힘줄이 으스러져서
정형외과에 입원하는 날
성형에 관심이 많고
옆 동 모텔에서 주인의식 갖고
일하시던 연변 아주머니는
한 달 쉬러 갓 새벽 비행기를 타실 테고
식염수 사러 시장약국 들르는 길에
오늘따라 쓰레기가 너저분하더니
버스 뒤쪽에 검정 자가용이 부딪쳤다
사람들이 시장 입구 쪽에 몰려서
눈이 간 곳에
자가용 오른쪽 삼분의 일이
바퀴까지 녹았다
전철료가 오십 원 올라서
버스 타려다가
섬찟함으로 놀란 가슴 삭히려고
땀 맺혀가며 집 방향으로 걸었다
막냇동생 생일 밥을 외식으로 결정하고
아버지 귀가 어두워서
크게 말해드려야 하는데
약속 장소를 나보고 따로 전하란다
오늘은 한 번 질러댔다
옆에 있는 네가 해야지
전화 통화로 내가 해야 하냐
뭘 그렇게 시켜
가까이 있는 사람이 말로 전하면 되지
이상한 날이다
그리고 오늘은 나도 화를 좀 냈다
동생한테 봐주고 끌려다녔는데
한마디 제대로 했다며
내 딸아이가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