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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육백십 원의 거리

(26) 볕 드는 쪽에 머무른 향기

by 블라썸도윤

희한하다

그럴 수 있다고


배달앱을 통하여

시켜 먹는 음식이

더 저렴할 수 있으며

각기 다른 이유가

있다 치지만


이상하다

같은 건물 주하면서

커피음료 주문이 들어왔다


내려오기 싫은 사람이에요


괴이하다

같은 업체의 커피인데

다른 동네 것을 시키는 이유는

또 뭔가


배달의 민족과 쿠팡

두 개의 핸드폰으로

또 재본다


떴다

팔천이백오십 원

구월동에서 청학동

순두부 배달


인상도 선한데

인사까지 하고 하루 채비를 한다

계단 내려오다 헛디뎌서

양쪽 팔꿈치는 흰색 거즈를 댔다


열일곱 시까지

오토바이 라이더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송림동 갈빗집에서

불판 닦기를 한다


배달은 사백만 원을 벌고

불판 닦는 건 이백오십만 원

불판 닦은 비는 부모님 챙김

열심히 살고 있는 노총각


음료와 식사를 담을 수 있는

배달 가방은 두 개다


같은 건물에서 커피 주문은

이천육백십 원

이해하기 어려운 돈이

누구에게는

저축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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