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볕 드는 쪽에 머무른 향기
별 벌레의 꿈
갓 새벽 눈곱도 떼지 못한 어부는
땟거리를 찾아 사립문을 제쳤다
영흥도 섬에 희뿌윰한 물안개 숨 거두고
서까래 얹힌 툇마루를 깃으로 가리면
거북 등 껍데기 같은 할머니 손의
잘 말려진 민어가 가마솥 뚜껑을 흘긴다
복사꽃 살구꽃 뽀얀 백합이 춤추는 산골에
커다란 검정 봉투 같은 밤이 내리고
별 벌레가 빼곡히 차서 별똥을 싸대면
어린 소녀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아
무명 저고리의 할머니 가슴에 묻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