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언덕을 비비다
간밤 햇살은 두루뭉술
달 속에 숨었는데
솔가리 새로 가을비
우레와 같이 찢어지다
우직한 나무 촘촘히 일기를 쓰고
펄럭대는 잎새마다
아기 옹알이로 다가오니
바스락거리며
세월은 눈 맞춤하기에 바쁘다
갈이 예쁘장하게
치장하고 꼬셔대서
황홀하게 물드는
마음 고즈넉하니
그냥 푹신한 그 자리서
나를 뉘고 싶어라
나무는 햇살 하나만으로 때깔 옷을 입지 못한다. 비바람이 한 번씩은 강타해 줘야 멋을 낼 줄 안다. 강하게 표현해 줘야 사랑을 얻는가 보다. 사랑 타령 옹알옹알 노래를 하고 ᆢ
사랑받은 나무는 은혜를 입어 밤새 색실로 바느질을 하고 일기를 써댔으니 아침에 자태를 뽐내고는 곤하게 잠들 터. 코를 골며 노곤하게 잘 그런 나무에 기대면 나도 곤히 숙면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