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콩깍지 팥깍지
납품을 시작으로 공항은 어음발행이 없으며 통장 이체의 현금결제다.
내가 하는 주 업무가 돈에 직접 관련된 일이며 팩스나 이메일로 업체에서 서류가 넘어온다. 납품에 중요한 신고 필증과 B/L을 대조 후 인수증을 체크하고 반입이 언제쯤 잡힐런가 출고 사이트를 접속해서 대강의 반출 시간을 어림잡은 후 우리 회사의 지입차량이나 이것이 턱없이 부족하니 24시콜 업체에 계속 접촉을 해서 차량 수배를 해야 한다. 돈 싸움이다. 이익금 챙기기. 종일 씨름하는 게 배차이니 내가 곧 돈이 된다.
콘솔(경유)로도 빼야 하고 독차를 구분 지어 차량을 미리 확보해놔야 하는데 콜에서 운임이 좋게 나오면 기사 양반들 어떻게든 거짓을 둘러대며(차가 고장 났다는 등) 출발시간 다 돼서 못되게 취소를 해버린다. 특히 명절이나 기후가 상관되면 나는 무지 애를 먹는다. 아는 연락처에 알랑방귀도 뀌면서 얼구고 달구며 입고를 위해 차량을 출발 시켜야 한다. 원청에선 도착 예정 시간을 알고 있다.
원청업체에 어쩔 수 없어서 시간을 더 여유 부리게끔 내가 담당자와 통화를 하면 이 직원이 특히 수원의 R업체 김ㅇㅇ은 아줌마가 시간 오류 났다며 전화 왔었다고 우리 위의 업체에 일러바친다. 동생더러 기사처럼 분장해서 역할 좀 해달랬더니 싫다고 인상을 바로 써서 기사분 아무 분이나 원청 업체와 통화하게끔 했다.
마음이 많이 쓸렸다. 명상해가면서 견뎌냈다.
기사분이 창고에 차량들이 줄나래로 서서 하차시간이 더 늦어질 거라고 통화하면 넘어가 줬다. 물건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데도 반입을 창고 직원이 늦게 떨궈 주거나 관세사에서 통관을 안 털어주면 나는 통화를 해서 쪼아야 하는데 이 직원들이 잠자기 바빠서 전화길 오프 상태로 해놓으면 골치다. 미리 선 반입해 주면 좋은데 정말 무책임하다. 원;;; 창고나 관세사에서 늦어진 반입은 업체에서 이고 때 봐준다. 그게 아니면 라인이 섰다며 클레임 걸어서 1억씩 물게 한다. 갑질이 심하다. 실제로 우리 윗 업체는 담당자한테 5백만 원이면 떡칠 것을 하루 더 넘기는 바람에 5천만 원으로 쇼부(shobu) 봤다.
난 또 잔소리처럼 거듭 물건 상차시 기사분들과 통화를 한다. 인수증 B/L과 개수를 꼭 한 번 더 확인해 주고 출발하면서 담당자와 도착 예정시간 꼭 통화해 주라고 두 번은 강조해 준다.
물론 물건을 창고에서 내주거나 우리 대표님이 실어줘도 박스의 상태나 기본 확인을 꼭 부탁했다. 화물 박스는 상당히 깔끔한 새 박스여도 손자국 하나라도 있으면 사진촬영 후 데미지 서류 작성하고 지게차 믿지 말고 인수증 수량과 인수증의 번호를 0이 몇 개인지까지 다 봐주라고 주입 했으나 사고는 달고 산다.
물건을 너무 늦게 실으면 어디로 사라진 화물이 되고 다른 차가 착오해서 싣고 가기도 한다. 실수는 따르게 돼있다. 조카사위는 이걸 실수 없이 내가 편할 수 있게 해준 일 잘하는 직원이었다.
기사분 욕심으로 냉동 실은 화물이 이미 상차 됐으면서 우리 거래처 제약회사의 냉장 4도를 속여 배송해가서 에누리 없이 걸렸다. 정말 욕이 나왔다. 불임 테스트기 실험용이었는데 상부 업체를 잘 만나서 이 업체와 우리가 각각 2천만 원씩 물어냈다.
또 몇 달뒤엔 이 업체의 길다란 화물을 비행기 타고 온 건데 얕보고서 엉덩이로 밀어 넣어 안의 제품인 수평기가 금이 갔다. 또 기사 대신 동생은 그 돈을 수입신고 필증(면장)에 기입되어 있는 액수 그대로 물어주고 환장하겠다.
그럼에도 업체는 우리가 떨어져 나가지 않는 게 참말 다행이다.
동생이 연락을 꺼놓고서 안 나오면 난 발을 동동 구르며 첨뵌 기사분 차를 이용하여 출고를 해주기도 하고 익일착(낼 착)은 여유가 있었으나 당착(금일 착) 건은 아예 불안했다.
하차 시에도 인수증 서명 반드시 한글로 받아야 하고 필히 받아야 나중에 탈이 났을 때 골치 더미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담당자가 없을 시는 사진촬영을 하는데 주위에 보이는 증거가 될 부분까지 사진에 나오게끔 찍어 놔줘야 한다. 업체의 직원이 깜빡해서 이 물건을 못 찾으면 증거를 대야 한다. 우리가 그 이유를 떠넘겨 받지 않도록 최선의 신경을 써야 한다. 매뉴얼이 그렇다. 나의 고된 희생이 포함된 깐깐한 책임감이다.
종일 차량과 실랑이가 되면 난 파김치다.
라보 짐에서 11톤 차량 여러 대까지 배차를 하는데 가깝게는 송도 연수동이고 멀리는 제주까지 우리는 배송일을 책임져 줘야 해. 우리는 실화주(중간 업체를 안 거치고 직접 서류해서 납품함.) 이기도 하면서 창고가 있는 3개의 상부 업체가 같이 물류 쪽에서 바퀴 돌림 한다.
퇴근은 퇴근이 아니다. 집 가서 배차를 또 해야 하기 때문에 2부제 직원과 통화도 해야 되고 콜이 24시간 돌듯이 내 몸과 정신도 계속 풀야근이다.
동생은 대표이기도 하지만 직원들이 일 좀 터득할만하면 그만두게 되니 직접 출고를 다녔다. 내가 직원으로 가면서 일복이 또 터져 거래가 부쩍 늘었다.
어느 날은 B업체의 대표분이 직접 새벽 두 시에 전화해서 11톤으로 부산행 콜 좀 띄어 달랬다. 이 분의 아들내미가 아버지라고 부르며 업무를 보게 된 게 내게도 카톡엔 클립으로 받은 연락처라 아버지라고 자동 저장이 돼버렸다. 이 업체는 내가 그만두고서 동생의 큰 거래처로 자리 잡았다.
내 목소리가 쳐지면 업체 직원이 바로 알아채고서 “보약 좀 드시고 하세요. 목소리 갔어요.” 맞는 말을 했다. 씹씹한 나를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