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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투루

(10) 콩깍지 팥깍지

by 블라썸도윤

책임감이 없으면 일이 질려서 벌써 도중하차했을 것인데, 불에 데인 가슴을 안은 것처럼 늘 예민하게 일을 감수해야 했다.


동생은 수영장이라도 가서 운동해야겠다는 등 내겐 불필요한 말을 했다. 사무실 큰 거 두 개의 청소는 내 몫이다. 마포질까지. 비즈 사무실은 먼저 출근한 직원 위주로 컵닦기와 청소를 했는데... (그래서 여직원인 김 과장은 Top이며 여성의 권위를 제대로 누렸다.) 다 내 몫의 일이니 버겁고, 대표인 동생이 얄미워서 자주 긴 숨을 뱉어냈다. 그래 동생이니까.


그런데 정말 몰랐다. 누구나 사업장을 열게 되면 본 업체에 해당되는 허가증을 구비해놔야 한다. 이 증서는 다 돈이며 오픈 전 미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우린 주선업허가증을 구비하고 있어야 했으며 이 증서는 4천8백만 원이나 됐다.


지입기사는 주선업체에 신고했다. 안중근 의사처럼 4번째 손 마디를 일부러 절단한 그 이름 잔인하게 기억한다. 주선업체에서 중구청 직원과 같이 4명이 왔다. 한 달 안에 주선업 허가증이 없으면 바로 법원에 통보해서 벌금을 물게 할 건데 2천만 원은 나올 거라고 큰 소릴 치고 갔다.


막내동생한테 내가 십자가를 지고 도움을 청했다. “언니 보고 주는 거야.” 헛! 이걸 이틀 만에 대표인 남동생 통장으로 계좌이체가 됐다. 근데 왜 꿈쩍을 안 하지. 나갈 돈이 많아도 그렇지, 4천5백만 원이 이미 입금됐는데 동생은 겁이 없다. 아니 움직일 기세가 안 보인다.


이들이 또 다녀갔다. 법원에 소장을 넣었다며 엄포를 크게 놓고 갔다. 난 남동생과 형 아우 하는 사이인 옆 옆 사무실 비즈유아이에 가서 대표와 논의했다. 물론 남동생은 인상을 찌푸리며 비즈에 못 가게 했으나 난 대표의 선을 넘어야 했다. 국제주선업증은 천만 원이면 살 수 있다고 해서 연락처를 받아와 동생과 통화하게 해줬다.


여유가 이렇게 있던가. 난 초조하고 불안했다. 제반서류를 챙겨 달라고 했더니 으스름 시간대에 6359분 앞에서 내 자리로 쓴 인상과 함께 서류를 휘릭 던졌다. 다급한 나는 주섬주섬 주워들은 서류를 황봉투에 담아서 공무원이 퇴근하기 전에 길눈도 어두우면서 후딱 나섰다. 휴 우! 접수를 가까스로 시키고선 집으로 바로 가지않고 퇴근시간을 지켜야 하니 사무실로 직행했다. 컴컴하지만 어떻게 잘 찾아왔다.


나에게 보내는 위로


그런데 동생은 결국 법원에 불려가서 2천만 원 벌금 딱지를 보기싫게 끊어왔다. 빨강 휴무가 겹쳐서 법원 갔다 온 다음날 국제주선허가증이 나왔다.


돈에 대해 허탈감으로 후유증이 오래갔다.


또한 일하신 기사분들은 금을 쪼았다. 24시콜에서 우리 운송일을 하신 분들이 재촉했다. 돈이 많이 묶인 업체에서 결제를 미루니 우리도 덩달아 미뤄지게 된다.


하루는 동생이 그런다. “난 몇 천만 원씩 뜯겨도 끄떡없는데 이 화물기사는 뭐야. 배포도 없이 사업해.” 기가 막히다. 넌 당최 누구 돈으로 급한 불 꺼가며 운영하는데.


점심을 잘 굶는 데다 과자류를 좋아하는 너를 위해 난 매주 과자를 5만 원씩은 날라왔다. 상황을 모르는 조카사위는 “이모님은 과자를 꽤 좋아하시네요.” 저번주도 이번주도 말하더라.


점심 얘기가 나왔으니 첨부해 본다. 할 얘기가 또 있다는 거지. 이때는 출고 건이 종일 있는데다 박스를 수작업으로 일일이 상차 해줘야 했는데 5월인데도 공항은 찬바람을 이길 수 없어서 겨울 잠바를 걸쳐 입은 나는 추위를 탔고 동생은 땀을 비질비질 시커멓게 흘렸다.


나가서 늦점심을 먹잖다. 운서동의 ‘훈장골’에 가서 앉았는데 난 갈비탕을 먹고 싶어서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난데없이 동생이 바로 “여기 물냉 하나, 비냉 하나요.” 해버렸다. 그럼 비냉을 먹어야지 동생 좀 덜어주고 한순간 동생이 얼음 보숭보숭 뜬 물냉면을 내 앞으로 쑤욱 밀었다. 내게 묻지도 않고서 바로 벌어진 일. 앞접시를 부탁해서 물냉면을 조금만 덜고 동생한테 남은 그릇을 건넸다.


남들은 모르니까 공항 쪽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엄청 좋은 직업인 줄 알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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