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콩깍지 팥깍지
창고료를 우리가 대납해 주면 매주 편한 날에 업체의 창고료 담당 직원과 일지와 영수증 원본을 대조 후 현금을 받는다. 항공사는 1원까지 다 따지고 우린 4사 5입 해서 10원 단위로 마침한다. 그런데 C 업체의 여직원이 아주 엉큼해서 나는 항상 돈을 세어 보고서 많게는 3만 원 적게는 몇천 원까지 가려내어 받는다.
이 얌생이 여직원은 일부러 10원짜리와 50원 100원 이런 수작으로 몇 십만 원을 내민다. 이그 욕은 못 하겠고 나는 계단에서라도 돈을 세어준 후 곧바로 정산을 제대로 받아낸다.
속임수가 바로 보였지만 매번 내가 꼼꼼히 확인하면 되지. 말로 하기엔 직원들이 40명씩은 앉아있고 포스트잇으로 살짝 건네주기엔 그녀는 또 그럴 것이라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한 업체의 여직원은 지가 상부 업체랍시고 동전을 바닥에 흘린 걸 줍지 않아서 내가 눈을 크게 뜬 후 집어내기도 했다.
그녀들은 이미지가 훼손됐고 난 용서로 한꺼풀 덮었다.
니들이 그래봤자 내 자식 또래이며 나는 니 윗급들과 상대해서 서류를 쭈물럭 거려. 속으로 용서를 많이 해줬다.
개중에는 기사분이 상부 업체로 손수 내린 더치커피를 들이대면서 개인적으로 일을 달라고 요청했다며 업체 직원이 일러준다. (아니 이 양반은 우리 사무실에도 이 커피를 증류수 빼듯 직접 내렸다며 두 통이나 가져왔었잖아. 표시를 내도.)
기사한테 직접 일을 맡기면 실수할 시에 누가 책임을 떠안는다고 거래를 트나. 맡길게 따로 있지. 업체 직원과 통함.
모른척하고 우린 이들을 이용해야 한다. 일을 부리기 위해서 부정을 외면해 준다.
아파도 이틀 정도밖에 못 누워있는다.
약에 취해 푹 잠들면 병이 달아날 텐데 코로나 때도 나는 졸림을 제껴내며 배차를 했으니 일지에 기록할 메모 노트는 머리맡에 두고서 기운 없는 한숨도 몰아쉬었다.
굳이 내가 다 해 줘야 하는 일인가.
동생 니 아주 얄밉다. 니도 좀 해!!!!!
회사에 들어가면 일지 정리부터 해야 해.(콘솔은 같은 색연필로 밑줄 그어서 한눈에 알아보게끔 이것도 내가 방침 해놓은 것이다. 동생은 또 적고 다시 기록했지만 그럴 필요 없다. 파일에 저장을 한 번에 올려줘야 하니 빼먹을 수도 있고 일은 밀린다.)
이틀간 조카 놈이 봐 줬다는데 사무실 문 열기 바쁘게 한눈에 팍 들어온 게 어수선이다.
업체에선 창고료 정산하자고 하지, 배차 몰려 들어오지 정신은 혼나간다.
세상에! 커피 타서 먹다 남긴 컵이 곳곳에, 썼던 마스크는 음료 다이에 정수기는 커피 물 뒤엎어 쓰고 바닥도 구긴 종이들 던져져 있다. 내 자린 전자 계산서 출력한 것이 바닥 옆 작년 인수증 박스 위에 버려진 것처럼 삐딱하게 굴러있다.
정신 나간 내가 업체에 카톡 통보를 한다.
있다가 오후에 보자고. 이놈들이 개판을 해놔서 이것부터 쳐줘야 일이 손에 잡힐 것 같다고 했다.
“힘내세요.” 답을 받은 후 정리를 말끔히 하고 계속되던 일을 내 업무에 집착시킨다.
정말 똑같이 카톡에 보냈다. 이놈들이라고.
그러면 속이 좀 누그러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