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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이 더 맛있냥

(11) 꽃잎 물고 날아가는 별들아

by 블라썸도윤
*검정콩강정 대추호두 녹차월병 표고과자 기정떡*

*손바닥만 한 시집*


바깥 구경 못 해보고 살아온 나를 위해 낼 강릉 2박3일 여정을 자식들이 맟춰 놨는데 오늘 된통 앓아누웠다. 아플 때마다 먼저 찾는 물수건에 낼은 아프지마라 기운 줘 강하게 말함에도 몸은 쳐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약체질에 깡다구로 버팅겼는데 세월도 이젠 악바리를 쳐내니 힘이 부대낀다.


영양제 맞으러 갈 엄두가 안 나니 딸내미가 대신 요깃거리로 영양듬뿍을 소반에 내왔다. 손바닥만 한 시집도 내밀어준다. 혹시나 계절 타는 병일지도 모르니 시를 가슴에 담으면 정신이 맑아질 수 있다며 콩강정을 입에 넣어주고 책의 첫 장을 펴준다. 만사가 귀찮고 깊은 잠을 자고 싶은데 회복하라며 잔병을 쫓아내란다.


내게 가족이 없었다면 혼자 있을 때 아프면...


아프려면 신호가 온다. 음식이 곱빼기로 먹어도 광고 뜨면 더 먹고 싶어진다. 이상하게 먹거리가 당기는 걸 참아내어 자다가 눈에 헛것이 보이는지 새벽 화장실 앞에서 디퓨저를 변기통 안에 퐁당 빠뜨렸다. 소변을 참은 채 몰려드는 잠을 등허리에 대주고 세탁비누를 수세미에 묻혀서 청소를 해댔더니 꿀잠이 달아나 버렸다. 수면을 유도하는 약을 먹고 잠이 든 건데 날이 새버렸다.


첫날은 잘 배긴다. 둘째 날은 낮에 음퍽 잠이 몰리는데 이걸 참으면 병이 나버린다. 아마도 이 이유일 것 같다. 명절을 무리 없이 보냈는데 월초나 월말 병처럼 골골이 따라다닌다. 아주 성가시게 나를 힘들게 한다.


나 낼은 멀쩡해야 해. 물수건이 바짝 말라서 네 번을 적셔왔다. 한 번 더 물 축여주면 일어나게 해줘. 나도 강릉 가보게. 목소리 곱고 글 잘 쓰시는 80에 다다른 지기 언니분이 배려하면서 (굶는 자였던 노숙인한테 예전엔 거지라고 불렸던 그들에게 따신 밥 들게 했던 엄마의 마음은 자녀가 의사가 되게 하는 밑거름이었을 터) 사시던 곳. 꽃이 좋아서 핸드폰에 꽃 사진으로 마음을 표현하시는 품위 있으신 김혜자 선생님의 향을 맡으러 가야 한다. 내게 좋은 기가 달라붙게.


여중 때 강릉 와 보고선 아직 가보지 못한 동해의 이모저모 해변을 걷고 마음 새김을 찍어와야겠다.


딸내미가 내려준 건강식 그리고 시집을 펴 들고 골골을 탈출하자. 물수건아 고마워! 나 기운이 나려고 해.


애견 동반 숙소인 펜션이 있어서 후쿠오카 예정을 취소하고 내 의견을 수렴해서 강릉에 날이 밝으면 뜬다. 나는 아직 우리나라를 제대로 못 가봤고 건강에 신호가 바짝 밀어붙이기 전 둘째가 출가해서 나 혼자 되기 전 가자고 손 내밀 때 부지런히 쫓아 가보련다. 미련하게 쫓아다니는 게 아닌 같이의 가치있게로 동반한다.


여든이 다음 해 이신 김혜자 선생님 글을 올려본다. 글은 나이와 상관 되지 않기에. 소녀 감성이 우려지는 글을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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