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꽃잎 물고 날아가는 별들아
보드게임 예선전에서 사위는 1등 딸내미는 2등을 했다. 본선은 11월에 전국대전으로 치러진다고 하네.
엄지손이 착 잘도 구부러져서 손재주가 많은지 사위는 재작년에 전국대전에서 3등을 하여 매달과 보드게임을 받아왔다. 올해는 부부가 같이 열전을 하게 되니 쟁쟁하군.
둘이 취미가 잘 맞아서 어울림이 한결이라 좋은 것 같다.
어제 기분이 살아 있어 브런치를 먹고 낮잠이 깊이 들었는데 사위가 깨우는 전화벨이 울렸다. 오후 2시 반 준비하란다. 무조건 쫓아 나서서 부천 범박동의 양평 해장국 맛집에 둘러 이른 저녁을 때웠다. 맛집이다. 깍두기까지 맛있는 따봉 맛집을 나와서 갈 때가 또 있다고 한다. 내게 비밀로 깜짝 이벤트를 해주는 가족 쫓아 서울 이정표가 나오는 대로 묻지 않고 가고 있다.
내가 더 많은 가을을 넘기기 전 감성이 풀풀 넘칠 때 못 가본 곳을 선정해 놓았단다. 그렇다. 난 그동안 일만 하고 세상 구경거리는커녕 동네 한 바퀴도 돌아보기 힘들게 시간이 빠듯했었다. 다리를 써도 좀 더 덜 힘들 때 정신 수양 떠나자. 말없이 쫓아왔는데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서울 스카이에 날 안내해서 지금 118층이다. 117층 엘베에서 내린 곳에선 스카이 데크 유리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전광이다. 통창으로 보이는 뷰는 다 내 것 같다. 잠시지만. 성남과 구리 북한산 다 내다볼 수 있는 것이 가슴에 꽉 차게 들어와서 일게다.
“나 63빌딩 안 델꼬 가서 여기 와 본 거야. 엄마 언니만 같이 간 63빌딩도 여기랑 같은 느낌이었어?”
“이렇게까진 아니었지만 그 시절엔 그게 지금 같은 감정이 일고 초고층 빌딩 최초여서 관람객이 많았지.”
나를 구경시켜 준다는 딸내미들한테 항상 고마움을 가지며 데크 관람 줄이 이어서 서 있는 동안 난 글을 찍고 있다. 500m 123층에 외국인 반 내국인 반이 서울의 야경을 보기 위해 나선 건물이다.
펜싱 선수 남현희와 관련된 전청조가 이곳 빌딩에서 거주했다고 하니 어마하게 대단한 소유의 인물임을 느꼈다.
무진동 엘베로 올라와 노을 진 밤의 서울 야경은 별이 무한정으로 뿌려내려 앉는 느낌이다. 비행기 창에서 내려다보는 야경과 같은 촉을 가지며 한눈에 번쩍 보이는 서울 구경은 성인 1인 원래 3만 1천원인데 우린 SKT 할인료로 1만 8천 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서 야릇함을 안아본다. 한 외국인이 삼익 피아노에 앉더니 버스킹으로 연주를 해준다.
*일본 히사이시조의 summer 곡을 감미롭게 연주함*
이곳에 와서 피아노를 반주하는 이 외국인을 만날 우연의 확률은 0%에 가깝지 않을까?
1층에서 120층까지 엘베는 초고속으로 1분여 걸린다. 흔들림 없고 무서움 없이 스르륵 올라서 세상이 내 것인 양 불빛 찬란한 곳을 넓게 시야를 분산해준다. 123층은 고급 식당이며 다시 1층으로 내려오니 벽면에 화면으로 영상을 해놨다. 건축하신 분들의 “제 땀은 여기 묻어 있습니다.” 노고가 크게 받아들여졌다.
20년도 더 된 63빌딩 올라갔던 그때의 느낌과 오늘 작은 아이와 같이 올라온 기분은 거의 다를 바가 없다. 본인만 빼놓고 갔으니 꼭 와봐야겠다며 123층 타워를 나까지 낑겨 오게 한 둘째는 하룻밤 풋사랑처럼 휘황찬란한 불빛을 묻히고 나왔다. 집 가는 방향을 딸내미가 운전하는데 사위가 그런다.
“여긴 다 비싼 차여. 운전 더 신경 쓰고 조심해.”
불꽃놀이 같은 야경을 야하게 가슴에 옮기고 손끝에 묻히면서 금방 글을 마감 쳤다. 살면서 한 번 정도는 가슴에 담아갈 스크린이다.
화려함도 정신을 맑게 해준다. 잘 살아가라고 깨우침 준다. 내가 살아야 한다고 파워를 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