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꽃잎 물고 날아가는 별들아
오늘은 딸네 집과 우리 집이 분주하다. 큰딸네는 보드게임 예선 치르러 가고 나와 작은 아이는 도원역의 축구전용 경기장에서 열리는 ‘새얼 백일장’에 참석했다. 모두 적성에 맞으니 승리를 기원하며 자리를 맞춰갔다.
줄이 길어서 천천히 앞을 보고 앞사람을 쫓아가는데 참관인 같다. 올해는 작년보다 2천명이 더 출전 했다며 글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말해주었다. 그래도 워낙 축구장이 넓어서 인원을 수용하고도 좌석이 꽤 남았다.
전광판에 백일장 주제가 떴다. 일반 파트부여서 세 가지가 선별됐는데 ‘나만의 기념일, 택배 상자, 산책’ 세 가지 중 택해서 시나 산문을 원고지에 솜씨를 옮긴다.
딸내미가 입이 벌어졌다. “엇! ‘산책’은 어제 내가 나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고 했잖아. 이게 나오다니. 신나! 나 시로 써야지.” 바로 쭉쭉 내리쓰는 걸 봤다. 나도 질세라 산문으로 ‘나만의 기념일’로 글을 정했다. 펜 가는 대로 글짓기를 하며 딸내미가 사준 가방에 눈길이 갔다.
딸내미는 이제 엄마도 시간에 쪼이지 않으니 짬짬이만 쓰지 말고 대회도 제대로 나가 보라며 A4가 들어가는 자줏빛 멜빵가방을 사주었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고 결과는 단번에 당선 소식을 접해서 길 가다 말고 손뼉을 치며 자축 세레머니를 했다.
그리고 오늘 백팩을 사준 딸내미와 백일장에서 추억 쌓기 위한 글을 지었다.
발표는 10월 10일이며 1등은 백만 원의 상금이 걸려있다. 1등이 되면 좋고 안돼도 추억을 잇는 거로 즐겁게 지내자를 내걸고 와서 기분은 아주 편하게 좋았다. 그래서인가 나는 느긋을 여유 부리다 마감 10분 전에 퇴고해서 제출했다.
내게 맞는 마지막 직업을 선택 후 치과 치료도 받고 주말을 여유 있게 사용하니 딸내미와 글짓기 대회에 참석을 같이할 수 있어서 이 얼마나 기쁜지 피로하지 않았다.
두 달 전 인사동 쌈지골에 둘러서 쓰디쓴 고유차를 시켰는데 이곳엔 문예인들이 세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분들은 말했다. “내 아이가 내 뒤를 이어서 문예 쪽으로 가길 원했는데 적성에 너무 안 맞아서 내 뒤를 잇지 못하니 쯥 쯥 아쉽지 뭐야.”
아무렴 어떤가. 각자의 소질을 살리면서 백일장에 가족이 같이 출전하면 깊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큰아이네는 사위랑 딸이 서로 경쟁자로 보드게임에 출전하듯이 나도 작은 아이랑 라이벌이면서 행복한 경험을 쌓으니 기쁨이 두 배로 간직되며 오래오래 깊은 정이 남는 것일 게다.
좋은 하루는 가족과 같은 취미로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것. 보람이 소슬한 바람을 타고 왔다.
콧바람이 시원하니 내일도 가을이다. 계절을 읽으며 가족을 눈 사진에 찍는다.
퇴청하고 나오면서 아이가 말한다. “엄마랑 축구장에 갈 줄이야. 좋다.”
나를 친구처럼 끼워주니 나도 좋다.
나만의 기념일이 동그라미 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