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for <사직서는 이미 시로 썼어요>
"개인적인 사유"로 뭉뚱그려졌던 사직서. 사직서 ‘퇴사사유’란에 나의 세세한 이야기와 생각을 모두 풀어낼 수도 없고, 그럴 이유가 없기도 하여 결국 이렇게 시집으로 묶어내고, 시집의 배경을 또 이렇게 브런치에 연재하게 되었다. 매일 스쳐 가는 직장, 사람들, 그리고 가끔씩 만나게 되는 억울함이나 뜨거운 여름날 같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결국 내 마음에 어떤 자리로 남는지, 여기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잠시나마 나누고 싶었다.
시집을 준비하면서 시를 쓰는 것이 무엇이고, 왜 나는 시를 통해 나를 표현했는지 자문하는 과정은 때로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아직도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리진 못했지만, 나는 시로 내 감정을 덧바르고자 하고, 찰나에 머무는 생각을 포착하고 싶어 한다는 정도는 알 것 같았다. 시에 대한 배경은 시가 아닌 보다 편한 글로 풀어내 보니 솔직한 고백의 글이 된 것 같았고, 이게 읽는 사람들에게도 조금이라도 보였다면 내 나름의 성공으로 느껴졌다. 이 수필을 마무리하는 지금도 나의 삶은 내가 원하고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예상하지 못한 때에 나온 감정 속에서 스스로를 마주하는 중이다. 시든 수필이든 계속해서 나는 내 속도에 맞게 글로 나를 담아보고 나를 돌아볼 것이다. 그때마다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감사함을 잊지 않고자 한다.
앞서 수필들이나, 앞으로 나올 시들도 '퇴사', '사직서'라 썼지만 단순히 회사 경험과 감정만 담은 게 아니다. 다만 그 시기의 모든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편의상 '퇴사감정'으로 묶으려고 한다. 그래서 곧 발간할 시집으로 퇴사감정이 다 쏟아지겠지만, 이 브런치 글 덕에 미리 모자란 부분을 발견하고 일부 덜어낸 것 같다. 또한 다행스럽게도 브런치라는 채널에서 <사직서는 이미 시로 썼어요>에 대한 반응을 받을 수 있어 너무 행운이었고, 읽어준 분들에게 감사하다. 아직도 시집은 출간 직전에서 멈춰 있지만, 출간이 되면 안내문으로 이 연재글을 읽어준 분들에게 또 인사를 드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