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직서는 이미 시로 썼어요
오랜만에 이렇게 글을 많이 쓰고 있다. 이맘때 되면 찾아오는 고통의 시기일까? 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것에서 아직 겪지도 않은 평가에, 덜컥 수치심과 상처를 미리 받는 중이야. 그건 내가 내 글에 진심이었기 때문에 겪는 단순 한 감정 절차로만 보면 될까? 내가 겪어 되새김질한 내 삶을 글로 낳았는데, 그게 못나 보일 때는 이 부끄러움을 침대 속에서 어쩌질 못해.
‘원래 세상은 넓고 많은 사람과 대상이 있으니, 지금 너는 그중 하나로서 너만의 고유함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야. 그러니 너 같은 모습으로 표현할 사람과 그런 모습의 결과물이 있는 거고, 그럴 필요도 있는 거야.’ 애써 나는 나를 타자로 생각해서 이렇게 위로하지. 차갑고 못되게 말하자면, 그냥 나 좋자는 것일 뿐이겠지만.
이렇게 열심히 자위해도 위로가 되지 않는 날이 꼭 있다. 오늘이 그래. 오늘 내가 낳은 나의 결과물을 보고 있자니, 용납되지 않는 부족함과 어설픔만 눈에 띄더라. 이걸 감히 내보일 수 있을까? 그렇게 나는 날 향해 활시위를 당겨야겠어, 푹 자려면.
출간 예정인 시집의 마지막 시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 마지막 회차로 맺음말이 올라갑니다.
현재 독립출간 시집 <봄도 없이 가을은 가고>는 출판지원을 신청해 두었습니다. 해당 과정이 완료되면 출간 후 소식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시집 <봄도 없이 가을은 가고>의 시는 앞서 코멘터리 수필들을 포함하여 총 44작이 들어있습니다. 일부 페이지에는 이지영 작가님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민망하지만, 이 글이 올라간 오늘 전 만으로 36세가 되었습니다. 30대 쉽지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