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강, 루브르 박물관
프랑스에서의 일정을 이어가 본다. 에펠탑 관람을 마치고 유람선을 탈 것인지 아니면 자유시간을 가질 것인지 선택이 주어졌다. 저녁 시간에 유람선 일정이 또 있었기 때문에 자유시간을 선택했다. 2시간 정도의 짧은 자유시간이었기에 멀리 가지는 못하고 유람선 선착장 인근을 도보로 돌아보기로 했다.
흰 뭉게구름으로 뒤덮인 센 강은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저 당시에는 파리 올림픽 때처럼 센강 수질 이슈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유람선이 유유자적 강을 떠다니는 모습도 운치를 더하고 있었다.
강 건너 주택 단지로 발길을 옮겼다. 영국 런던의 주택들과는 확연히 분위기가 달랐다. 붉은 벽돌이 많았던 영국과 달리 거의 대부분의 주택들이 아이보리 계열의 색상이었다. 마치 중세 유럽에 온 듯한 느낌도 들었다.
길을 건너고 있는 노신사 한 분을 마주쳤다. 연로하셔서 그런지 걷는 것이 힘들어 보였다. 벌써 6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지금도 잘 계시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일면식도 없이 그냥 지나친 분인데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생각이 난다. ^^
길거리를 거닐다 와이프에게 괜히 짓궂은 장난을 걸었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날파리처럼 장난을 걸다가 결국 응징을 당했다. 곧바로 되돌아온 얼굴 꼬집기에 결국 항복했다. 뒤따라 걸어오던 아들이 촬영하는 줄도 모르고 장난을 치다가 딱 걸렸다. ^^;
주택지를 돌아보다 이번 여행 처음으로 맥주 한 잔 했다. 살짝 더웠던 날씨였는데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도로변 테이블에 앉아 들이키는 시원한 맥주는 그냥 꿀맛이었다. 어딜 가나 낮술의 그 맛은 진리다. 프랑스에 와 있지만 이 순간만은 시원한 맥주가 더 좋았다.
다시 센 강을 건너왔다. 알베흐 1er 광장이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파란 하늘에 흰 뭉게구름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프랑스 파리 여행에서 인상 깊은 장면 중에 하나이다. 시원하게 뻗은 가로수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센강 일대를 다니다 보면 어김없이 다시 나타나는 에펠탑이다. 파란 하늘과 구름을 배경으로 나무 사이로 보이는 이 장면도 손에 꼽을 만한 장면이다.
영국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박물관 일정이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 외관도 그 자체가 예술품이었다. 고풍스러운 외관을 잠시 감상하고 내부로 입장했다. 어딜 가나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다. 사람구경하러 온 듯했다.
낯익은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Eugène Delacroix의 Liberty Leading the People (1830). 프랑스혁명의 대명사인 잔다르크다. 들라크루아는 잔다르크 그림을 통해 백 년 전쟁기에 프랑스를 구하고 샤를 7세를 왕위에 즉위시킨 혁명가들을 기리고 싶었다고 한다.
드디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실물 영접을 한다. 루브르 박물관을 통틀어서 가장 핫한 곳이기도 했다. 모나리자 그림 주변 공간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사진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겨우 비집고 들어가서 마주 대한 모나리자. 조용필 노래가 울려 퍼지는 듯했다. ^^;
막상 마주 대한 모나리자 그림은 까막눈인 내게는 감흥이 별로 없었다. 교과서에서 볼 때도 그랬지만 왜 이리도 인기가 많은 것인지 이해는 잘 되지 않았다. 해부학적으로 완벽에 가깝게 잘 그려진 그림이라고는 하는데 막상 실물을 보면서 갸우뚱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인기가 많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정도였다. ^^;
"모나리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품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미술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유럽 문화의 황금기인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보니 작품의 값어치가 높은 것이 당연하다.
프랑스 정부와 루브르 박물관의 소유이므로 프랑스 정부가 매각을 결정하기 전까진 경매의 대상은 아니지만, 가격에 대한 궁금증은 계속 있어왔다. 프랑스 정부는 대략적인 경제적 가치를 결정했는데, 최소 한화 약 2조 3,000억 원에서 최대 약 40조 원 내외라고 발표했다. 최대 40조라는 이런 엄청난 가격이 붙은 이유는 2018년 기준 연간 루브르 박물관의 방문객 수는 약 10,000,000명에 육박하는데, 이 중 대부분이 이 모나리자를 보러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적 가치가 아닌 작품의 순 가치로만 보면 2022년 기준 모나리자의 가격은 약 8억 7,000만 달러, 한화 약 1조 1149억 500만 원에서부터 시작될 거라고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밝혔다. 가장 큰 이유로는 모나리자가 그동안의 많은 사건들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이에 의한 패러디와 여러 가지 인식들이 크게 각인되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출처:나무위키)
다음은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의 그림 가나의 결혼식인데 모나리자가 전시되어 있는 룸에 있는 또 하나의 걸작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림 자체가 무지막지하게 크고 엄청난 작품임은 까막눈인 내게도 그렇게 보였다. 모나리자 그림의 인기에 가려서 잘 알려지지 않은 명화라고 한다.
'사랑의 비너스~~' 광고가 메아리치는 듯한 밀로의 비너스 상 앞에 섰다. 매끈하게 조각되어 있는 이 동상도 인기 만점이었다. 광고로 너무 익숙해져 있던 작품이라 그냥 반갑기도 했다.
아무리 위대한 예술품이라고 할지라도 그 작품을 보는 사람이 그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그 시대의 작가의 활동 배경을 이해하고 작품을 접한다면 좀 더 그 가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나 보던 명작들을 눈과 사진에 담고 루브르 박물관 밖으로 나왔다. 과거를 만나는 박물관에서 시간 여행을 마치고 나온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박물관 건물이 고풍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세계 3대 박물관이라고 알려진 루브르 박물관, 영국 박물관 그리고 바티칸 박물관을 이번 여행에서 다 돌아봤으니 본전을 뽑았다고도 해야 할 듯했다. 역사나 미술 작품에 대해서는 식견이 없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들었다는 그 경험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감성 충전, 유럽 이야기 by 드림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