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다시 깨어나는 순간

이혼 후 나의 첫 연애 이야기

by 마음이 하는 말

이혼 후 6년,

일상은 늘 같았고, 혼자에 익숙해졌으며,

어쩌면 사랑은 잘 짜인 각본 속에서만

존재하는 거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을 만났다.

조용히 스쳐 지나가듯 다가왔고

나는 어느새 그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기대고 있었다.


처음부터 사랑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언가 소리도 없이 스며들며

내 하루를 천천히 채우고 있었다.

기분 좋은 습관처럼, 나도 모르게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대화를 나누는 게 편했다.

어색하지 않았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게 좋았다.

그저 하루 중 짧은 대화 몇 마디로도

마음 한편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매일 나누던 몇 마디,

별 의미 없는 말 같았던

그 시간들이

내 하루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 사람과의 대화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가

내 일상이 되어버린 걸,

조금 늦게 알아차렸다.


그제야 알았다.

사라진 건 말 몇 마디였는데

마음에 허전함이 남는다는 걸.


“서연 씨,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그 말이 참 좋았다.

누군가가 내 하루를 궁금해하며 묻는 일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그 사람은 과묵하거나

다정한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늘 진심이었다.

그 순간의 진심.

확신을 주지도, 쉽게 들뜨지도 않던

그 사람의 조심스러운 말투에 목소리에

어느 순간 내가 더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내가 먼저 마음을 알아차렸을까,

아니면 이미 그 사람의 진심이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내 기대를 투사하며

시작되었다.


그때 나는 몰랐다.

우리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를.

다만 그 순간 알게 된 건

왠지 이 사람이면 사랑받는 나를 경험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 마음속

품고 있던 아주 작은 기대였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안기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내 안의 오래 된 결핍이 희망을 보게 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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