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식은 걸까, 모양이 바뀐 걸까

사랑은 이 갈림길에서 쓰여진다.

by 마음이 하는 말

연애 초반, 우리는 마치 세상이 달라진 것처럼 느낀다. 문자 한 줄에도 심장이 뛰고, 작은 제스처 하나에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은 것처럼 이 시기의 사랑은 강렬하고, 선명하며, 숨이 찰 만큼 빠르다.


하지만 그 설렘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고, 어느 순간부터 ‘심장이 덜 뛴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예전처럼 자주 생각나지 않고, 문자를 받았을 때의 전율도 옅어진다. 이 변화 앞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혹시… 내 마음이 식은 걸까?”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전환의 시점이다. 연애 초반의 강렬함은 뇌의 화학작용과 기대감이 만든 ‘고조된 상태’로,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 그리고 설렘의 호르몬들이 관계를 빠르게 달구어 나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호르몬의 파도는 잦아들기 시작하고, 그 자리에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등장한다. 이들은 설렘 대신 안정감을 주고, 짜릿함 대신 ‘곁에 있음’의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우리가 ‘사랑 = 지속적인 설렘’이라고 믿고 있다면,

이 변화를 곧 사랑의 종말로 오해하게 된다.

마음이 식은 게 아니라,

사랑의 모양이 바뀐 것일 뿐인데.


결국, 사랑이 끝나는지 이어지는지는

‘이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감정이 사라졌다고 믿으면, 관계는 서서히 거리를 두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진입한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그 순간 관계는 한층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처음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한다.

연애 초반의 빛나는 감정 속에선 상대가 아닌 내가 느끼는 ‘감정’이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설렘의 파도가 잦아들 때, 비로소 ‘그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의 기질, 습관, 오랜 상처, 대화하는 방식, 그리고 나와 다른 속도와 리듬까지. 이때부터 관계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그 순간, 사랑은 조용히 묻기 시작한다.


“여기서 멈출까, 아니면 더 깊이 들어갈까.”


우리는 사랑이 사라졌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모양으로 자리를 바꾸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처음의 사랑이 눈부신 봄꽃과 같다면,

그다음 사랑은 뿌리를 깊게 내리는 나무와 같다.

눈에 띄는 화려함은 덜해도,

그늘과 쉼을 주는 안정이 자라나는 것처럼.


감정이 식었다고 생각하며 거리를 둘 수도 있고,

서로의 온도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친밀감과 신뢰를 쌓아갈 수도 있다.


진짜 사랑은 이 갈림길에서 쓰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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