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불안이 사랑보다 앞서나갈 때

불안은 사랑이 사라지는 신호

by 마음이 하는 말

호기심과 애정으로 빼곡했던 때가 있었다.

카톡 문장 하나에도 웃음이 묻어났고,

이모티콘 하나에도 설렘이 담겨 있었다.

메시지 확인은 언제나 하트 표시였다.

그 속에는 분명

‘당신이 좋아요’라는 감정이 있었다.

나는 그 감정의 밀도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나를 향하고 있다는 그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이 말과 말 사이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했다.

언제나 나를 향하고 있다는 마음

나에겐 그런 안정감이 필요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무언가 달라졌다.

말과 말들 사이의 온도가 예전 같지 않았고,

의도를 알 수 없는 애매한 말들에 추측하고

해석하는데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그 변화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아마도 서로의 다름이 부딪히는 순간,

감정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그때부터 나는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카톡 메세지를 받고도 읽지 않고

멈춰 있는 시간을 세고, 답장의 간격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의 온도를 재게 되었다.


처음엔 그 사람을 이해하려 했고, 기다렸다.

그렇게 애쓰며 지켜내는 사이

지쳐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밀도로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그 말 사이에서 사라진 온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불안이 더 자주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 사람의 말투와 답장의 속도, 문장의 온도,

이전엔지나쳤을 작은 차이들이

크게 다가오고, 별것 아닌 말에도

그 뜻을 해석했고, 답장이 늦어질수록

내 마음의 시계는 더 빨리 흘러갔다.


“왜 바로 읽지 않았을까.”

“익숙해졌나?”
“이제는 관심이 없는 걸까.”

내 감정은 그를 향해 있는데,
그 사람의 감정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그 작은 변화가 나를 향한 마음의 크기와

같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불안을 키우기 시작했다.


사람은
사랑받고 있을 때는 불안하지 않다.

불안은 단지 예민함이나 집착이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감정의 경보음과 같다.


나는 여전히 마음을 다 주고 있는데,

그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조금 덜 보게 되고, 덜 말하고, 덜 궁금해했다.

그때부터 나는 마음보다 말을 먼저 꺼내곤 했다.

"보고 싶어."

"문득 생각났어."

"나 요즘 마음이 그래."

그 말들은 분명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조용한 바람이 숨어 있었다.


“내 생각하고 있는 거지?.”
“내 마음에 반응해 줘.”

나는 내 이런 마음이 외면당할까 두려워

오히려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돌아온 반응이
내 마음의

무게와 달랐을 때 서운했고, 실망했고,

조금씩 마음을 눌러 담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해
내 감정을 확인하려 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이 감정은 진짜일까?"
"그 사람도 같은 마음일까?"
"그 사람이 여전히 나를 원하고 있을까?"

나는 확신이 필요했고,
그래서 감정보다 앞서
말을 던지고야 말았다.


그런데 감정은
말보다 느리고, 생각보다, 계획보다,

의지보다 더 천천히 자라는 존재였다.


그 느린 감정을 기다려주지 못한 나는,
스스로 불안을 키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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