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에게 투사된 이미지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 때

by 마음이 하는 말

사랑은 부인(Denail)과 전이(Transference)와 투사(Projection)의 혼합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 사람에게 투사된 이미지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 때,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애는, 종종

이전 배우자나 연인의 그림자를 덧입히며 시작된다.

익숙했던 말투, 표정, 행동의 잔상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새로운 사람 위에 내려앉는다.

마치 오래된 필름의 빛바랜 장면이

새로운 영화 위로 겹쳐 투영되듯,

그 순간 우리는 한 사람을 보면서도

두 개의 시간을 동시에 마주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전이(Transference)라고 부른다.

전이는 과거의 중요한 인물에게 가졌던

감정과 반응이, 무의식적으로

현재의 사람에게 옮겨가는 현상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투사(Projection)를 하기도 한다.
내 안의 두려움, 기대, 결핍을 상대에게 덧씌우고,
그것을 ‘그 사람의 모습’이라 믿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 작용은 연애뿐 아니라,

모든 새로운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누구나 자신의 감정과 경험의 ‘렌즈’를 통해

상대를 보기 때문이다.


렌즈가 맑을 때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렌즈에 과거의 상처나 미련이 남아 있으면,

그 빛은 왜곡되어 비친다.


그래서 연애의 초반에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그 사람’인지,

아니면 그 위에 겹쳐진 기억과 환상인지

천천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관계의 진짜 깊이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시작된다.

그 순간, 과거의 그림자는 서서히 물러나고

지금의 사랑이 제 빛을 찾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애써 부인(Denail)하며,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결핍과

모난 부분들을 그 사람 또한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건 실망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거울 속에서

나의 그림자까지 비춰주는 한 사람을 만났다는

뜻이다.



어쩌면 사랑은 서로의 흠과 그림자를

담담히 바라보며

그 속에서 빛을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빛은 언제나 그림자 옆에 서 있고,

그림자를 품은 사랑만이 오래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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