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이 만든 빛

투사의 마술

by 마음이 하는 말


사랑은 종종 투사의 마술로 시작된다.

내 안의 결핍을 상대가 채워줄 것 같아 끌리고,

내가 감추고 싶은 모습을 그에게서 발견할 때 갈등이 일어난다.


그렇게 우리는 그를 사랑한다기보다,

내 안의 그림자를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심리학자 융은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그림자가 존재한다고 했다. 그림자는 내가 부정하거나, 감추고 싶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다.


사랑은 바로 그 그림자를 마주하게 하는

경험이 된다.


누군가는 나에게 결핍된 것을 채워주는 듯 다가오고, 또 어떤 이는 내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비춘다.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이중적이다.
사랑은 나를 치유하는 힘이기도 하고,
동시에 나를 흔드는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종종 착각을 한다.
그 사람이 빛나서 내가 그 빛에 이끌렸다고,
그 사람이 따뜻해서 내가 위로받았다고.

하지만 돌아보면, 사실은 조금 다르다.


그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내 사랑이 만든 빛이었다.


그가 따뜻했던 것이 아니라,
내가 따뜻했기 때문에 그도 따뜻해 보였던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쌍방의 교류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내 마음이 비춘 빛으로 상대를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투사(projection)처럼,
내 안의 온기를 상대에게 덧입히고,

그것을 “그 사람의 성질”로 믿어버리는 것이다.


사실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향한 내 사랑이 만든 빛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만들었다.

그 빛은 그 사람의 본질이라기보다

내 안의 가능성이었다.


그를 통해 나는 나의 따뜻함을 확인했고,
그를 통해 내 안의 빛을 발견했다.


사랑은 끝났지만, 공허함만이 남지 않았다.
내 안의 따뜻함과 내 안의 가능성,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의 크기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결국 사랑은 그 사람이 준 선물이 아니라,
내가 내 안에서 발견한 선물이었다.


그 사람을 향한 내 사랑이 만든 빛이

나를 살게 했고, 동시에 나를 견디게 한 힘이었다. 그리고 그 빛은 여전히 내 안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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