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같은 사건

새로운 계절

by 마음이 하는 말

우리가 겪는 어떤 만남이나 이별, 혹은 예기치 않은 경험들은 하나의 순간을 넘어 계절 같은 사건이 된다. 그 사건은 순간의 파동을 넘어, 삶의 리듬을 바꾸는 계절이 되기도 한다. 계절이 오고 가듯, 사건도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찾아오고, 반드시 지나간다.


계절은,

인간의 의지나 욕망과 무관하게 흐르는 시간의 리듬이다. 봄이 오고, 여름은 뜨겁게 타오르며,

가을은 빛을 거두고, 겨울의 고요함은 쌓인다.

이 계절의 순환은 '소유할 수 없음'을 말한다.


나는 봄을 붙잡을 수 없고, 여름을 멈추게 할 수 없으며, 겨울을 피할 수도 없다. 계절은 내 것이 아니며, 다만 내가 거쳐야 하는 시간의 현상일 뿐이다.


사건(event) 역시 계절과 같다. 한 사건은 내 욕망과 무관하게 마주하며, 지나간 뒤에는 되돌릴 수 없다. 사건은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 내가 해석해야 할 세계의 표지(sign)이다. 내가 겪은 만남이 내 의지로 만들어진 것 같지만, 사실 그것은 세계가 나를 통과해 건네준 하나의 계절이었다.


하이데거가 말했듯, 인간은 “세계-내-존재(Dasein)”이다. 우리는 세계 바깥에서 자족하는 개체가 아니라, 세계와 얽히며 살아가는 존재다. 따라서 나의 계절 역시 나의 내면에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열리고 닫힌다. 내가 ‘새로운 계절’을 만났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내 안에서가 아니라 세계 속에서 주어진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계절은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다. 계절은 내 것이 아니듯, 어떤 사람도, 어떤 사건도 소유될 수 없다. 다만 그것은 의미화되고, 해석되는 과정 속에서 나의 이해를 확장해간다. 사건은 나를 지나가며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이 결국 ‘나’를 구성한다.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말했다. “우리는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 없지만, 돛의 방향은 조정할 수 있다.”나 역시 그 계절의 시작과 끝을 바꿀 수 없었다. 그러나 그 계절을 살아내는 방식, 즉 시작과 끝을 받아들이고 내 존재의 일부로 통합할지는 오롯이 내 선택이었다.


어느 순간 그를 ‘새로운 계절’이라 부르게 됐다.

결국 하나의 계절로서 내 곁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 계절 안에서 나를 새롭게 구성하고

삶의 의미를 다시 써 내려간다.


그 계절은 내 것이 아니었지만,

그 계절을 살아내는 방식은 분명 내 것이었다.


keyword
이전 13화내 사랑이 만든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