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사이의 강을 함께 건너는 것

by 마음이 하는 말

우리는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수많은 관계 속에서 웃고, 일 하며 사랑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모든 만남이 깊이 있는 만남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 너 관계이론의 마르틴 부버는 인간의 관계를 두 가지 언어로 나눴습니다.


‘나 와 너(Ich - Du)’ 그리고 ‘나 와 그것(Ich - Es)'


'나'와 '너'(Ich - Du)

여기서 나는 내가 아는 진정한 ‘나’를 말하고,
너는, 너의 진정한 ‘너’를 말합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나’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네가 아는 ‘너’ 역시 다 드러나지 않은 채로
우리 앞에 서 있습니다.


그 사이에 놓인 빈 공간에는
내가 너를 향해 품은 기대와 상상이,
네가 나를 향해 덧입히는 해석과 바람이
조용히 스며듭니다.


'나'와 '그것'(Ich - Es)
그러나 때로 내가 진정한 ‘나’라 믿는 것은
사실 ‘너’의 시선 속에서 만들어진 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내가 마주하는 ‘너’ 역시,

있는 그대로의 ‘너’가 아니라
내가 바라는 모습, 내가 원하는 기능,

나의 욕구를 투사한

하나의 이미지일 때가 많습니다.


관계는 언제나 상호성 위에 놓여진다.
내가 나의 ‘너’에게 영향을 주듯,
나의 ‘너’도 나에게 깊은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를 완전히 ‘너’로,

그리고 ‘나’로 만나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기대와 해석을 덧입히며

상대를 나의 눈으로만 바라보곤 한다.


진정한 만남은

그 기대와 해석을 걷어내고 난 뒤에 시작된다.
그저 ‘있는 그대로’ 마주 할 용기.
그 용기가 있을 때,

사이의 빈 공간은 오해가 아니라
이해와 신뢰로 채워진다.


그제야 우리는 알게된다.
관계란 단순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 아니라,

사이의 강을 함께 건너는 일임을.

손을 맞잡고 서로의 발걸음에 귀 기울이며,

두렵더라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 강을 건너는 경험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진짜 ‘너’로, 그리고 ‘나’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keyword
이전 14화계절 같은 사건